궁보무사 <167>
궁보무사 <167>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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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부하를 걸고 맹세해 주시오!"
15.엎치락뒤치락

"좋다! 네놈들이 죽기를 정 원한다면 내가 내 손으로 죽여주지!”

주중은 이렇게 말하며 한 손에 거머쥐고 있던 커다란 활에 화살 한 대를 재었다.

"으아악! 여 여봐! 동생! 동생! 나는 어떻게 하냐고! 응? 난, 난 어떻게 하냐고? 제발 활을 쏘지 말게나. 나 까딱하면 이 자들에게 먼저 죽어!”

주성은 자기 사촌 동생이 정말로 자기를 향해 활을 정조준해가지고 시위를 당기려하자 기겁을 하며 외쳤다.

“형님! 우리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깨끗이 죽어주십시오.”

주중은 말을 마치자마자 화살 시위를 당겨버렸다.

휘이익~ 세찬 바람 소리를 내며 곧장 날아간 화살은 주성의 발아래에 탁 꽂혀졌다.

“아, 아이고! 정말로 날 죽이려고 하네! 제발! 동생! 제발 살려주게나. 응? 난, 난 살고 싶어! 살고 싶단 말이야! 아이고!”

주성은 두 무릎을 꿇고 주중을 향해 두 손 모아 싹싹 빌어대다가 이번에는 다시 강치 일행에게 꾸벅꾸벅 절을 해가며 통사정을 했다.

“아이고, 제발! 제발 이 한 목숨 살려주시와요! 저만 올려보내주면 여러분들을 꼭 살려주신다고 하잖습니까? 제발! 제발!”

주중은 사촌형 주성의 비굴한 저 모습을 보고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저 인간이 우리 주씨 가문 망신을 다시키는구먼…….’

주중은 또다시 화살 한 대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 연거푸 몇 대 더 쏘아댔다.

그러나 그가 날린 화살은 정확히 모두 주성과 강치 일행의 바로 발아래에 꽂혀졌을 뿐이었다. 아까 주성은 이들을 맞히고자 정조준해가며 활을 쐈었던 것에 비하여 지금 주중은 일부러 이들을 살살 피해가며 안전한 곳에다 활을 쏘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성은 화살이 한 대씩 날아와 땅바닥에 팍팍 꽂혀질 적마다 깜짝 놀라며 엉엉 울어댔다.

‘으음음…….’

강치의 얼굴이 점점 험악스럽게 일그러져갔다. 그의 일행 모두 주중이 쏘는 화살이 정확히 한자 간격으로 맨 땅바닥에 꽂혀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겁이 나는지 얼굴이 온통 창백해져있었다.

“잠깐! 우리가 이 자를 무사히 올려 보낸다면 정말로 우리를 살려서 보내주는 거요?”

강치가 주중을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

“그렇다!”

주중이 활에 화살을 재다말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거 약속하실 수 있소?”

“약속한다!”

“맹세하실 수도 있소?”

“맹세하겠다!”

“무엇을 걸고 맹세하시겠소?”

“천지신명(天地神明)과 산천초목(山川草木)을 앞에 두고 내가 맹세하겠다!”

강치의 물음에 팔결성 수비대장 주중이 큰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천지신명이야 어디에 있는지 정말로 있는지 우리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알 바 아니고 산천초목은 굳은 맹세를 나타내는 데 있어 별로 도움이 못 되오. 산(山)은 우리가 올라가면 되는 것이고, 내(川)는 건너가면 그 뿐 아니요? 게다가 풀(草)은 손으로 뽑거나 발로 밟으면 될 것이요 나무(木)는 칼로 베거나 도끼로 찍어서 쓰러뜨리면 끝나는 것 아니겠소?”

“그러면, 대체 나보고 뭐를 두고서 맹세하란 말이냐?”

주중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치를 노려보며 다시 외쳤다.

“당신 부하를 걸고 맹세해 주시오! 우리가 이 자를 안전하게 올려 보내면 우리를 안전하게 팔결성 밖으로 내보내 주겠다고 말이요!”

강치 역시 눈싸움에서 밀리거나 지지 않으려는 듯 주중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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