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공간 넘어…시민 소통의 공간 관광산업 꽃 활짝
작업 공간 넘어…시민 소통의 공간 관광산업 꽃 활짝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10.0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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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
상카트르 104
<4> 선지지 탐방 2, 예술로 꽃피우는 프랑스의 공유경제

카 셰어링 열풍 車보유율 39%로 ↓ … 공유경제 체감도 ↑

'라 빌레트' 도살장서 21C형 산업기술체험관 명소 탄생

'로베르네 집' 예술가들 방치된 건물 점거 문화공간 변모

'상카르트' 낙후된 지역 장례식장 재정비… 아틀리에 사용



프랑스는 특유의 공동소비문화가 오랫동안 생활화되면서 공유경제의 모범적 사례지로 꼽힌다. 최근 공동으로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의 비용을 내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열풍이 불면서 파리는 교통체증과 주차난 해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전 세계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주차장을 줄이고 공용자전거, 공용전기차를 늘리면서 파리 시민의 자가용 보유율도 39%로 낮추었다고 한다.

이처럼 파리 시민들의 체감도 높은 공유경제는 예술로 꽃피우며 관광산업으로 확대시켜나가고 있다. 파리의 중심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공간의 공유를 통해 충북 지역의 공유경제를 바탕으로 공간활용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 도살장을 과학기술관으로 재생 - 라 빌레트

프랑스와 파리시는 도살장이 있던 라빌레트 공원 안에 1986년 과학기술관을 조성했다. 음악·미술·공연 등 문화예술을 융합한 21세기형 산업기술체험관으로 연 라빌레트는 파리에서 네 번째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됐다.

체험형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라빌레트는 직접 만지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전시관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1992년 어린이관과 유아공간, 아동공간 등으로 눈높이에 맞춘 체험관은 과학과 예술의 도시 파리의 미래 축으로 각광받고 있다.

과학 홍보담당 비올렌느 모로씨는 “라 빌레트는 재미있는 산업기술 체험에 더해 미래기술 변화에 부응하는 전시를 개최한다”며 “공교육과 연계한 전시·운용 시스템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일정한 시간을 간격으로 전시내용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관람객의 재방문율이 높다”면서 “재관람 비율이 높다 보니 과학관은 개인이나 가족, 일정별로 세분된 회원권이 인기”라고 덧붙였다.



◇ 파리 중심에 예술인들의 작업공간 - 로베르네 집(chez robert)

파리 리볼 리가에 위치한 로베르네 집은 방치된 건물을 1999년 12월 예술가들이 점거한 뒤 각종 퍼포먼스와 전시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킨 대표적인 공간이다.

로베르네 집(chez robert)이란 이름은 원래 이 건물에 세 들어 있던 가게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예술인들이 공간을 점거할 당시 유리창은 대부분 깨어진 상태였으며 가장 위층에는 비둘기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고 한다. 7층 건물에 32개의 작업실과 2개의 공동 전시실, 숙소 등이 있으며 전 공간을 울타리 없이 개방해 1개 층을 3명에서 7명의 작가가 함께 사용한다. 공간은 월요일과 공휴일(크리스마스, 1월1일)을 제외하고 전 공간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해 1년에 4만여 명이 방문할 만큼 파리의 명소가 됐다. 현재 20여 개국의 작가들이 거주하고 있고, 입주작가 중 20명은 상주하고 10명은 초청작가로 6개월간 공간을 대여해 준다. 또 매주 주말 음악콘서트와 단체전, 개인전, 그룹전 등을 개최하고 3~4개월에 한 번씩 외관 디자인을 변경하고 작은 축제도 열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인터뷰 / 로베르네집 관계자 파스칼 포카르

파스칼 포카르씨(52)는 1999년 공간 점거 당시 2일째부터 참여해 현재까지 로베르네집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전체 운영을 맡고 있다.

로베르네집 운영에 관해 “건물은 파리시 소유로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매달 입주작가들이 130유로를 낸다. 1년이면 5만 유로 정도가 모인다”며 “1년 운영비(관리비)로 6만 유로 정도가 소요되는데, 부족한 비용은 껑숑(CONSON, 회화용품 제작회사)이 매년 주최하는 콩쿠르에 건물 앞면과 전시실 등을 한 달간 대여해 충당한다”고 들려줬다.

또 “입주작가에 대한 지원은 창작공간과 다양한 정보 제공 외에 협회차원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지원은 없다”면서 “작가들 간의 협업이나 그룹전 등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온전히 입주작가들이 선택하고 추진한다”고 말했다.

로베르네 집이 가진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유와 관용, 저항이다. 개인적으로 로베르네집은 작업할 수 있는 아틀리에가 필요한 작가들이 버려진 공간을 점거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저항이란 단어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단순히 벽이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작가들의 소박한 꿈이 아무런 용도로도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 공간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 공간과 작업과정 공개를 통해 작가와 작가, 작가와 대중이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소통의 시발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고 전했다.

◇ 장례식장을 예술가의 창조공간으로 -상카트르 104

파리 19구는 거주민의 60%가 정부 주택 보조를 받을 정도로 파리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다. 파리시는 파리 19구의 활성화를 위해 장례식장이었던 공간을 예술가의 창조공간으로 재정비해 상카트르를 2008년에 개관했다.

폐쇄됐던 공간을 파리시의 문화공간 창조라는 정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아틀리에로 변모시켰고, 여러 나라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면서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레지던스를 통해 예술의 공유를 실현하고 있다.

상카트르는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안을 채택해 2명의 건축가가 리모델링에 참여했다. 현재 16개의 창작 아틀리에와 일반인 창작 공간, 2개의 컨벤션 홀, 카페와 아트 숍, 정원, 어린이집이 들어서 있고, 아티스트와 비평가, 문학인들이 합심해 다양한 분야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또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예술을 목표로 입주작가들은 일주일에 1회 이상 일반인에게 아틀리에를 개발하는 오픈 스튜디오의 의무가 주어지며, 19구 지역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한다.

안내를 맡은 마리 시빌라 리니씨는 “1874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관이나 비석 등 장례식 용품을 만드는 장소로 쓰였다. 1900년대 초까지 파리시의 장례식장으로 쓰이다가 2008년 시설을 개보수해 공공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파리에는 박물관이 많지만 대부분 예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데 비해 이곳은 사회적 부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상카르트는 혁신적인 장소다”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지역민과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한국의 권하윤(31)씨는 “104번지에는 연극 서커스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다 모여 있다. 파리 북쪽이 문화취약지구인데 덕분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입주작가로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을 짜서 대중과 만난다. 예술가로서 전시 문화활동이 활발해서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들려줬다.

2010년 조세 마누엘 곤잘레스씨가 상카트르의 디렉터로 부임하면서 연극, 춤, 음악, 시각아트, 마술, 현대서커스까지 다양한 공연으로 3년간 150만 관객이 방문했다. 상카르트의 예산과 운영 구조는 연간 총 1천180만 유로의 예산이 소요되며, 이 중 800만 유로를 파리시가 지원하고, 3분의 1은 공연 유료 입장 수입,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의 후원으로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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