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무심천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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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소가 웃는다
윤 승 범 <시 인>

저출산 위기를 맞은 한국 사회가 아이를 낳으라는 권장책을 쓰고 있다.

그 하나로 불임부부에게 시술 비용을 지원해 준단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가정에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아이가 하나이거나 없는 가정은 세금을 더 내야하는 세법을 만들었다. 시행 중이다.

불과 이십여 년 전에는 불임 수술을 하면 아파트 청약권을 주기도 했다.

이제는 그 반대다. 아이가 없으면 세금을 더 내고 각종 혜택에서 제외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불평등의 문제가 생긴다. 자발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가정은 불이익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쳐도 현재 7쌍 중 한 쌍의 불임부부가 있는 것은 어찌할건지 묻고 싶다.

결혼 후 아이를 갖는 것은 많은 부부의 바람이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불임부부들은 그렇지 않아도 상처를 받고 있는데, 거기다가 세금 부담까지 준단다. 그 부부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감당하는 정신적, 경제적 손실은 둘째 치더라도 이건 아니지 싶다.

아이를 낳게 하려는 정책을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자. 불과 이십여년 앞도 못 보는 정책도 문제고 아이를 낳으라는 정책이 고작 세금 가감뿐이라면 이 나라의 정책은 분명 문제다.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도 세금이요, 환경을 위해서도 세금이다. 이제는 아이를 낳는 것에도 세금 정책뿐이다. 도대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그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뒷전이다.

그런 것은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책임도 뒤따르니 할 필요도 없고,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다. 그저 세금으로 밀면 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제발 생각좀 하고 정책을 폈으면 싶다. 세금 몇 푼 때문에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천 오백여년 전 고구려 시대의 노래다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운 이 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 황조가 - 유리왕

아이를 낳게 하자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일곱 쌍의 부부 중 한 쌍의 불임부부는 이리 치이고 저리 밀린다. 세금이 전부는 아니다. 낳고 싶어도 못 낳는 부부는 이래저래 서럽다. 세금으로 정책을 다스린다고 서천에 사는 소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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