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부를 죽이려 하는가
지방 정부를 죽이려 하는가
  •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 승인 2013.09.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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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선배 <충북도의원(청주 3)>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되던 정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25일에는 취득세 영구인하 대안과 영유아 보육비 국고보조율 조정 등의 지방재정 보전대책을 내놨다. 또 한편에서는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 등 대도시 주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3차 투자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26일에는 대선공약을 파기한 기초연금 도입안을 제시했다.

이들 정책에는 많은 문제가 내포돼 있어 국가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결같이 지방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들을 담고 있어 한걱정이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점은 이들 정책이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켜 지방재정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보전대책으로 현행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를 내년 8%로, 2015년 11%로 지금보다 6% 포인트 높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주요 지방세원인 취득세 인하를 줄기차게 반대했고, 보전할 경우 11%포인트를 인상해 16%가 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난 2009년 지방소비세 도입 당시 정부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2013년이 되면 현행 5%에서 10%로 5% 인상을 약속했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지방소비세 6% 인상안은 기존에 약속한 지방재정 확충은 이행하지 않고 취득세 감소분만 충당하는 선이다.

영유아 무상보육비의 국고지원 비율도 지자체의 재정을 크게 압박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50%(서울 20%)인 국고 지원비율을 20% 포인트 올려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영유아보육료 국비 보조율 10% 인상안(서울 20 → 30%, 타 시·도 50 → 60%)을 발표했다. 정부안대로 되면 충북은 내년부터 보육비의 40%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정부안도 현행 기초노령연금 재정분담비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자체와 정부 간의 재정 분담비율이 기존의 기초노령연금과 노령연금을 같게 만든 것이다. 기초노령연금 분담률은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와 노인 인구비율에 따라 40~90% 범위인데 충북은 20% 부담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분담률만큼 늘어나는 노령연금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내년 7월 기초연금 지급이 시행되면 지자체는 당장 7,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1조5000억원의 지방교부금을 지원하다고 하지만, 기초연금 부담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은 국가업무이며 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복지공약이다. 무상보육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영유아 보육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었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고보조율 20%포인트 인상에 합의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아직까지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이제와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통령령인 보조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처리하겠다고 한다. 국가사무이면서 대선 공약인 이들 복지사업은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도시 주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 그린벨트 등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지방산업단지가 타격을 받게 되고 지방에 입주해 있던 첨단업종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도권에 우선 건설되는 첨단 산업단지는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면서 실질적인 수도권규제완화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다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상태인데, 이번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지 의심스럽다.

불행하게도 정부의 여러 정책추진에서 지방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다. 취득세율 인하처럼, 당사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협의를 하더라도 형식적이다. 지방자치를 후퇴시키는 비민주적인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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