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4>
궁보무사 <16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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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색골 같은 여우가 안내려오고 배기겠어"
12. 엎치락뒤치락

'호호호. 맨 앞에 있는 놈의 것은 야리야리하게 생겨먹은 것이 아예 볼 것도 없고, 두 번째 놈의 것은 너무 작은 감이 있고, 세 번째 놈(강치) 것은 그런대로 쓸 만해 보이네. 맨 마지막으로 꺼냈던 놈의 것 역시 별로이고. 만약에 일이 잘 풀린다면 내가 저 세 번째 놈에게 각별히 신경을 써야만 할까봐.'

주성의 아내는 사내들의 오줌줄기가 점차 가늘어져서 완전히 멈출 때쯤 되어서야 약간 화가 난 표정과 목소리로 이들을 내리 쏘아보며 말했다.

"아니, 뭐예요 도대체 뭐하시자는 거예요 멀쩡한 여자 앞에서 그것도 엄연히 남편이 있는 유부녀 앞에서 외간 남자들이 시뻘건 고깃덩어리를 끄집어 내놓고 감히 오줌을 갈기시다니. 제가 너무 부끄러워한 나머지 혀를 깨물고 자살하는 꼴이라도 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지금 당장 자살할 만한 이유가 되긴 하지만 불쌍한 우리 남편을 생각해서 억지로 꾹꾹 참고 있는 거라고요."

"아, 알았습니다. 부인!"
"부인! 어서 내려오기만 하세요!"
강치 일행이 웅덩이 안에서 또다시 아우성치듯이 말했다.
"잠, 잠깐만요. 아니, 얘가 물통을 가지러 가서 왜 이렇게 안 와"

주성의 아내는 호들갑스럽게 말을 하고는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 버렸다.
"어 어 저 여자가 그냥 가버리면 안되는데"
그들 중 어느 누가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염려 말아! 불끈 치솟아 오른 사내의 그것들을 자그마치 네 개 씩이나 보고나서 저 색골 같은 여우가 안 내려오고 배기겠어 하하하."

강치가 아주 여유 있는 웃음을 터뜨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저 여자가 내려올까요"
"아, 그럼! 두고 보라고. 내 장담할 터이니."
강치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지금 땅바닥에 납죽 엎드린 채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주성을 발끝으로 툭툭 걷어차 대며 물었다.

"저 여자가 정말로 네 아내냐"
"네! 맞맞습니다요."
안면에 피가 흥건히 적셔진 주성이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저 여자가 왜 저렇게 어려 보여"
"마누라가 죽어서 제가 새 장가를 갔다니까요."

주성이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음음."
그 대답을 듣고도 강치 일행은 뭔가 석연치 않게 생각하는 눈치들이었다.

용렬하기 짝이 없는 주성이란 사내가 저런 천하일색 미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된 연유는 대강 이러했다. 다른 건 전혀 볼 게 없다지만 오로지 뛰어난 미모 한 가지 때문에 몇 해 전 그녀는 팔결성의 오근장 성주에게 팔려오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그때는 오근장 성주와 한벌성 성주의 외동 딸 부용 아씨가 혼사를 막 치르던 중이었다. 아무리 색에 관한한 낯짝이 두껍기로 소문난 오근장 성주였지만 혼사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 다른 여자를 맞이할 수는 없는 일. 그때 오근장 성주는 자기 신하 가운데 주성이 최근에 상처(喪妻)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미녀를 냉큼 건네주었다.

주성이 약간 덜떨어진 인물임을 잘 알고 있는 오근장 성주는 주성에게 그 미녀를 시집보냈더라도 적당한 기회에 얼마든지 자기가 그 미녀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속셈이었다. 과연 오근장 성주의 이런 얄팍한 계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주성에게 시집을 갔었던 그 미녀가 굳이 애써서 유혹할 필요도 없이 오근장 성주를 찾아와 스스로 몸을 바쳤기 때문이었다. 물론 특이한 체질()을 가진 그녀를 한번 접하고 난 오근장 성주는 크게 실망을 했었고, 그 후 두 번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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