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내 손을 잡아요
여보 내 손을 잡아요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3.08.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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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 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몸 중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눈의 중요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으면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걱정을 늘 해왔고, 지금도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다행이 부모님께서 건강한 눈을 물려주셔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음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마 이토록 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은 어릴 적 어머니의 친구 분이 녹내장으로 앞을 못 보는 불행을 겪는 것을 보고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은 때문인 것 같다

올 여름은 유난히 길고 더워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 텔레비전 프로 중 ‘인간극장’을 즐겨보는 데 가슴 아픈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고 염치가 없는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39 살의 젊은 나이에 실명을 한 아내의 손을 잡고 마라톤을 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눈물겹게 보며 안타까움과 존경을 금할 수가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내의 손을 잡고 전남 해남에서 출발하여 강원 고성까지 장장 622㎞의 거리를 150 시간이나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하여 완주하는 부부는 거리에 누워 잠을 자고 컵 라면이나 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하여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달리는 동안 부부의 발은 부르터 심한 물집이 생겨 물집을 터뜨리면서도 서로 위로하고, 심지어 남편은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아내의 손을 놓치 않고 힘겹게 달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계속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의 완주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했고 친구의 도움도 컸다.

마라톤에서 완주하여 받은 벽에 걸린 수많은 메달은 손을 잡고 달린 그들의 노력과 사랑이 배어 있어 내 눈시울을 뜨겁게 했으며 나는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가슴과 등에 써 붙인 ‘여보 내 손을 잡아요.’ ‘잡은 손 놓지 않아요’ 라는 그들의 구호는 아름다운 부부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고 삶이 조금 힘 들 때마다 불평을 하고 남편을 미워했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그 부부의 모습을 닮아 가리라 다짐했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의 서약을 잊고 서로 미워하며 행복하게 잡았던 손을 놓고 외면하며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눈이 닫혀 빛을 잃은 아내의 손을 잡고 눈이 되어주고 삶의 기쁨과 희망을 주기 위해 희생하는 부부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베테랑 정비사인 남편과 앞을 볼 수 없지만 명랑하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마라톤 부부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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