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인생2막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8.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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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케이블채널 tvN의 ‘꽃보다 할배’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이 80인 탤런트 이순재·78세인 신구·74세인 박근형과 70세로 막내인 백일섭 등의 인기가 거침없다. 항상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는 이순재, 끊임없이 불만을 늘어 놓으며 심통를 부리는 백일섭, 심통 부리는 백일섭을 형님답게 어르고 달래는 신구, 평소 근엄한 모습에서 벗어나 가족들을 챙기며 ‘손자바보’의 면모를 보이는 박근형 등.

이들의 전성기를 지켜본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이들의 집단 예능출연에 놀라면서도 예능 캐릭터로의 변신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물론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였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또다른 의미에서 관심을 갖는다.

이들은 프랑스의 개선문에서도, 죽기전에 꼭 한번 봐야할 절경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마터호른에서도 “죽기전에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독백한다. 스무살 청년이었다면 “꼭 한번 다시와야 겠다”고 생각했을테지만 앞으로 또다시 와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행복해 하는 할배들을 통해 TV앞의 중장년층 시청자들도 인생2막을 떠올린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라스렛은 사람의 인생을 1기부터 4기까지로 나눴다. 1기(0~25세)는 교육의 시기, 2기(25~60세)는 가정과 직장 의무의 시기, 3기(60~90세·은퇴 후 노년기)는 자기 성취의 시기, 4기(90세 이후 임종까지)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렇게 보면 은퇴한 60세 이상의 연령층은 3기를 살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직업을 찾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남은 인생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 시기다. 그야말로 ‘자기 성취의 시기’인 것이다. 젊은 시절의 가족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그런 자기성취가 아니다. 자기만을 위한 성취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노후를 살고 싶고, 마음 같아서는 젊어서 가보지 못한 나라를 두루두루 여행하고도 싶다.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해보지 못한 취미생활은 또 얼마나 많은가. 자기 성취를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한 대기업에서 직원을 상대로 ‘언제 은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서 일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은퇴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은퇴 후 한 달에 얼마의 생활자금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200만~300만원이라고 대답했다. 또 만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은 자녀와 따로 살고 싶어 했다.

이를통해 보면 대한민국 국민은 되도록 경제활동을 오래하고, 은퇴 후에는 자녀들과 따로 살면서 월 200만원 이상을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은퇴 직전까지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40대 초반에 물러나야 한다. 이렇다 보니 정년을 한 후 또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 때문에 만만치 않다. 은퇴 후 소비 금액으로 200만~300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금액을 지출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은퇴초기 자산이 5억5000만~8억2000만원 정도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충족하는 은퇴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경제적 불안을 느끼는 은퇴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충청타임즈가 창간 8주년을 맞아 ‘인생2막-행복하십니까’라는 주제의 특집을 제작했다. 창간 기념일 전날인 14일 특집호가 발행되자 반향이 컸다. 지역에 따라 고령사회에 진입했거나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중장년층들의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반증이다.

인생 2막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회적 시스템 개선을 기대하기에 앞서 자신에 맞는 인생2막을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욕심을 버리고 눈높이를 낮춰 ‘나의 삶’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주변과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실천한다면 경제적 유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인생 2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타임즈가 강조한 인생 2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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