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생님, 칭찬의 말을 들려주세요
엄마, 선생님, 칭찬의 말을 들려주세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3.08.0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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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무덥다. 더위가 더위로만 그치면 다행인데, 장맛비로 습한데다 덥기까지 하니 자칫 작은 말로 마음을 다치기 쉬운 계절이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은 이때 불쾌지수도 동시에 높이 진다고 하니 서로 조심할 때다. 사람의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어 모든 실수와 잘못을 끌어안을 수 있는 넓이도 있는 반면, 바늘 하나 꽂을 곳 없이 각박해 질 때도 있다.

개인관리, 대인관계에서의 습관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티븐 코비 박사는 이러한 사람의 속성을 ‘감정은행계좌’로 표현했다. 감정은행계좌에 잔고가 풍부하면 외부의 충격이나 시련에도 잘 견디지만, 잔고가 바닥나면 작은 자극에도 흥분하거나 평정심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은행계좌에 잔고를 늘려줄 수 있을까? 혹은 다른 사람의 감정은행계좌를 바닥내지 않을 수 있을까?

지난 화요일 교육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학생, 학부모, 교사 간에 좋았던 말이나 행동, 싫었던 말이나 행동에 대해 1만 1449명이 질문조사에 응답했다고 한다. 7월초 2주간 온라인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 직접 참여한 수도 많지만, 조사에 접속한 사람의 수도 10만 명이 넘어 우리 사회에서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우선 엄마에게 듣고 싶은 좋은 말이나 행동은 전체의 46%가 ‘칭찬의 말’을, 그다음으로는 격려와 사랑의 표현을 들었다. 아빠에게 역시 칭찬(31%), 격려(25%), 사랑의 표현(14%)을 원했는데, 엄마와는 달리 아빠에게서는 듣고 싶지 않은 말과 행동의 순위가 조금 달랐다.

엄마의 싫었던 말과 행동의 순위는 비난(37%), 학업이나 성적과 관련된 말(23%), 비교하는 말과 행동(11%)이 순이었지만, 아빠는 학업 및 성적(20%), 비난(19%), 무시(7%)로 같은 부모님이지만 조금 다른 응답을 보였다.

선생님에게 듣고 싶은 말과 행동도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칭찬(62%), 격려(13%), 믿음과 신뢰(4%)로 엄마나 아빠보다는 선생님께 칭찬의 말을 듣고 싶은 아이들의 비율이 두 배 정도 높았다. 부모의 칭찬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의 칭찬은 학생들에게 더욱 힘을 북돋아주는 보약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선생님에게는 비난과 차별(32%), 학업과 성적(12%), 무시하는 말과 행동(11%)을 싫었다고 응답했는데 비난과 성적에 대한 점은 교사와 부모가 공통적이지만 부모는 형제나 친구 간 비교를, 선생님은 차별, 무시에 대해 세심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을 말하기보다는 듣기로 치며, 듣기 중 이상적인 상태를 경청(敬聽)이라 말한다. 경청은 국어사전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은 경청 중 들을 청(聽)을 한자를 풀어 해석해보면 왕(王)의 말에 귀(耳)를 기울이듯이, 열(十) 개의 눈(目)을 모아 하나 된 마음(一心)으로 듣는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우리 아이들이 듣고 싶은 말과 행동, 듣기 싫은 말과 행동에 대해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지만 우리 어른들은 경청(敬聽)해야 한다. 칭찬,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믿어주는 한마디, 힘을 주는 한마디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무더운 날, 서로의 땀을 씻어주는 아름다운 말로 마음의 부채질을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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