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60>
궁보무사 <16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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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합니다! 저희들은 부인 몸에 손끝하나 대지 않겠다고."
8. 엎치락뒤치락

잘 생긴 여자가 유혹을 하는데 이를 싫어하거나 굳이 마다할 남자야 있을 리 없겠지만 그러나 그녀와 단 한번만이라도 육체적 접촉을 가졌던 남자라면 두 번 다시 그녀를 찾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그녀의 도구()가 너무나 완벽하게 부실한 탓이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맛이 없는 여자가 다 있을 수 있는가!'

'참 이상해! 저 여자랑 뭘 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아래 그것이 칙칙하고 갑갑해지는 게 기분이 영 찝찝해져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더라니까.'

'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목에 칼이 들어오더라도 저런 여자랑 두 번 다시 놀지 않겠어.'

'생긴 거 하고 어쩌면 저렇게 딴 판일 수가 있어 겉으로 보기엔 버젓한 요조숙녀요 현모양처 같은 여자가 마치 발정난 잡종 암캐처럼 놀고 있으니.'

'에휴! 차라리 내가 모래밭이나 진흙 바닥에 구멍을 파놓고 그걸로 대신 하는 게 낫지.'

이렇게 그녀와 단 한번이라도 잠자리를 하고난 남자들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다 진저리를 쳐대며 고개를 가로 내저었다. 그러니 오죽했으면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는 바람둥이 오근장 성주가 주성의 예쁜 아내를 보고 음심(淫心)이 크게 동한 나머지 그녀를 몰래 데려다가 걸쭉하게 일을 한판 치르고 나서 이런 한탄까지 다 했었을까.

'하아! 겉으로 보기에 매우 먹음직스럽고 좋은 향내가 난다고해서 반드시 맛이 있는 건 아니로구나! 내가 계집을 한 번 먹고 나서 이렇게 후회를 해보기는 평생 처음이네 그려! 내가 완전히 헛담금질()을 하고만 셈이야!'

원래 장사가 제대로 잘 되려면 단골이 있어야하고 그 단골 소개로 인하여 연줄연줄 자꾸만 손님이 늘어가야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한 번 만나는 남자마다 단발로 끝나버리곤 하니 주성의 아내는 자기 욕정을 달래줄만한 남자를 구할 길이 막막하였다.

그래서 그녀 나름대로 생각해 낸 것이, 자기 남편이 펄펄 끓는 가마솥 물에 죄인을 집어넣어 삶아 죽이는 걸 가끔씩 구경하러 오는 것!

죄인들이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주성의 아내는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고, 특히 뜨거운 물 속에 사내의 그것이 칙칙 늘어지는 걸 볼 적마다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죄인들을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는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이곳을 찾아왔다가 본의 아니게 자기 남편의 이런 험한 꼴을 보게 된 것이었다.

정신을 잠시 추슬러 보려는 듯 주성의 아내는 긴 머리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대고는 천천히 웅덩이 안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대충 보아하니 제가 남편 잘못을 대신 빌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가는 당신 네 명에게 붙잡혀서 큰 욕을 당할 것만 같네요."

"네에 아, 아니. 무 무슨 말씀을 그렇게"

"그런 말씀 하덜 마십시오. 해가 중천에 떠있는 백주 대낮에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감히 그런 몹쓸 짓을 한답니까"

"우린 오로지 양심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요!"

"그럼요! 우리가 절대로 이상한 짓 따위는 벌리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시고 내려오세요."

"맹세합니다! 저희들은 부인 몸에 손 끝 하나 대지 않겠다고!"

강치 일행은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마구 떠들어가며 주성의 아내를 안심시키고자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주성의 아내는 흥! 하고 가볍게 코웃음을 한번 치고 나더니 또다시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에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런 맹세만 달랑 믿고서 내려갔다가 갑자기 내가 무슨 봉변이라도 크게 당하면 어쩌려고요 제가 지금 당신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혹시라도 불쌍한 우리 남편이 당신들에게 한 대라도 더 얻어맞지는 않을까 제가 심히 두려워하기 때문이어요."

그녀의 말 뜻이 대강 무엇인지 눈치 챈 강치는 재빨리 주성을 발길로 걷어차 버렸다. 주성은 어이쿠!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걸 보아하니 분명히 이번엔 엄살이 아닌 듯 보였다. 강치는 쓰러진 주성에게 곧장 달려들어 바로 그의 코앞에다 날카로운 화살촉을 들이대보이며 큰소리로 외쳤다.

"부인! 자, 어떻게 하실 거요 남편의 잘못을 빌러 부인께서 내려오실 거요 말거요 만약에 부인께서 안 내려오신다면 이 화살촉으로 쥐새끼 눈알 같이 생겨먹은 당신 남편의 요 쬐그만 두 눈알을 한 개 한 개씩 후벼 파내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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