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은 집단 간의 약속이다
의전은 집단 간의 약속이다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3.07.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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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갓 스물에 초임발령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여년의 교단생활을 마치고 그간 묵묵히 걸어온 교단생활의 뒤안길을 뒤돌아보노라니 회한과 안타까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중 나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요즘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초임교사 시절엔 비록 봉급이 몇 푼 안되고 근무여건이 열악하였어도 존경받는 교사라는 자긍심이 있어 밤이면 호롱불을 밝혀놓고 밤을 지새우며 원지를 긁으며, 등사잉크를 손에 묻히면서 시험지를 밀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곤 했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폭언이나 폭행은 예사이고 이제 제자에게 매 맞는 교사까지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신문 펼쳐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교원경시 풍조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우리나라의 밝은 내일을 위해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교원을 폄하하는 세태는 우리 교원들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학부모뿐 아니라 언론, 정치권, 정부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교원의 권위가 침해받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발 벗고 나서서 교원존중 풍토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이기용 충북도교육감과 관련해 행사의전 문제로 충북도, 충북도의회, 충북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160만 도민의 직선으로 선출된 차관급인 충북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이렇게 의전에서 홀대해서는 안된다.

교원예우에관한규정(대통령령 제16786호)에 의하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시 좌석배치 등에 있어서 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예절이 개인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약속이라면 의전은 집단 간의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전 절차가 잘못되어 주요인사가 참석했다가 화를 내면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그마한 의전 절차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에 행사가 망쳐지는 경우도 많다.

교육이 희망이고 미래이며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도 교육 때문이라고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도, 대통령이 임용한 백발이 성성한 교장이 면단위 행사에서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가하면, 더욱이 160만 도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차관급인 충북교육의 수장인 교육감을 도지사, 도의장, 청주시장, 청주시의장, 청원군수, 청원군의장에 이어 덕담을 하게 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앞으로 크게 각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어버이가 안계셨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듯이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된 자신이 존재하지 못하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순전히 자신이 잘나서 출세한 것으로 알고 교육자를 함부로 폄하하는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의식구조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교원예우에관한규정’대로 특별한 우대를 바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의 희망이요, 미래인 교육을 위해 사회 지도?壙� 교원존중 문화조성에 앞장서고 행사 의전 시 위계에 합당한 예우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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