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책 사랑
일본의 책 사랑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07.17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멀고도 가까운 일본. 세계 경제대국의 일본. 필자도 일본을 몇 번 다녀왔지만 일본을 다녀오면 주변에 꼭 하는 말이 있다.

“아니야, 아니야! 오늘날의 일본은 그냥 일본이 아니야. 정치적으로 일본만을 탓 할게 아니야. 일본을 배워야 해. 일본을 뛰어넘지 않고는 세계로 나갈 수 없어?”

일본 도쿄 간다(神田)의 진보초(神保町)거리는 고서점 거리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간다 진보초 거리 600미터 거리에는 고서점 150여개소, 신간서점 30여개소, 출판사, 기획사 등 500여개 밀집, 1000만부의 책 보유와 300만종류의 책이 있어 세계 최대장서를 기록한다.

1910년경부터 일본 책, 독서문화의 명실상부한 상징이며 인근에는 일본 최고의 지성 '메이지대학'이 있다. 1960년부터 고서 마쯔리(古書祝祭)는 도쿄의 대표적인 명물 도서축제이다. 또 도쿄 시민 나이 60세가 넘으면 자신이 보유한 책을 간다 거리에 기증하는 관습이 있을만큼 책을 사랑하고 있다.

도쿄 간다 거리의 ‘교쿠에이도’라는 유명한 서점 본사 레어템 코너를 입장하려면 사회적, 재산적으로 문제가 없음이 증명이 되어야 입장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간다 거리는 1902년 중국의 유명한 학자 로신(魯迅)과 수상을 지낸 주은래(周恩來)도 즐겨 찾아 학문탐구를 했다.

일본의 유별난 책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도쿄의 간다 거리에 가면 비가 와도 한 손으로 우산을 쓰고 한 손으로 책을 읽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인의 유별난 책 사랑을 국내의 신문에도 소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마디로 일본인들은 책 읽기에 유별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도 매월 단골 서점을 찾는다. 5000엔짜리 지폐에 25세에 요절한 근대 여성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桶口一葉)를 그려 넣을 정도이다. 일본의 명문 와세다 대학교 근처에는 일본의 문호로 추앙받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거리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일본 쇼와(昭和)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에 대한 추모 물결이다. 매년 6월 19일 그의 탄생 100년을 맞아 고향인 아오모리(靑森)현이 기념 퀴즈대회를 열면 애독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인의 이런 책 사랑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에 이어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까지 두명의 세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일본에서 책이 나오면 애독자들이 벌떼처럼 몰린다고 한다. 근래 출간되어 화제가 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신작 '1Q84'는 출판 열흘만에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우산속에서, 콩나물 지하철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필사적으로 책을 읽는다. 언제 어디서나 독서가 가능한 작은 문고판으로 책을 내는 실용주의도 일본인을 독서광으로 만들었다. 참으로 부러운 유별난 책사랑 이웃나라 일본이다.

독서인구를 보면 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1인당 1.5권, 일본은 17권, 미국은 45권을 읽는다고 한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은 세르헨티나섬에 유배를 가서도 무려 8000여권에 달하는 독서를 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명품의 시대이다. 무슨 말을 더하랴! 작가 제인 헤밀턴의 충고가 우리를 서가(書架)로 내몬다.

“더 넓은 세상을 가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 당신이 스스로의 인생을 경영하고자 한다면, 가능한 많은 책을 읽어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