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도 평가 때마다 망신만 당하는 나라
청렴도 평가 때마다 망신만 당하는 나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07.15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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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싱가포르에는 모기가 없다고 한다. 건물과 도로의 모든 하수구들이 경사도 오류 없이 완벽하게 시공돼 물이 고이는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기 서식처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모기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청렴도를 상징하는 사례로 자주 회자되는 얘기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않는 완벽한 공사 감독의 이면에는 시공업자와는 차 한잔도 나누지않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청렴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매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청렴도지수(부패인식지수, CPI)에서 세계 5위권을 오르내린다. 이유는 하나다. 정부가 강력한 부패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엄정하게 운용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반부패 총괄기구로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설치하고 꾸준히 이 조직의 권한을 강화해왔다. 강력한 수사권과 사법권을 부여하고, 외부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총리 직속의 독립기관으로 위상을 높였다. 민간 부정으로 조사권을 확대해 민·관의 유착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도 철저하다. 익명으로도 부패신고가 가능하며, 고발인이 고발사건의 민·형사재판 증인으로 설 수 없도록 보호한다. 강력한 처벌도 부정부패 근절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벌금은 10만 싱가포르달러(약 9000만원) 이상, 징역은 5년형이 기본이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을 의도만 표하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토록 하고있다.

지도자의 의지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리콴유(李光耀) 초대 총리는 친구이자 최측근인 테 체앙(鄭章沅) 건설부장관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자 CPIB의 소신 수사를 위해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테 장관이 결백을 호소하며 접견을 요구했지만 거부했고, 주변의 선처 요청도 일축했다. 결국 테 장관은 자살했다. 테 장관의 아내가 남편의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수습할 수 있게 부검이라도 면하게 해달라고 읍소했지만, 법에 따르라고 했다. 우리 국가권익위는 이 사례를 만화로 만들어 부패 방지 홍보에 활용한다.

홍콩의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가 연례적으로 조사 발표하는 아시아 각국의 부패지수에서 싱가포르가 올해도 청렴도 1위에 올랐다.

PERC는 아시아 각국에 상주 연구원을 두고 정치·경제 문제를 분석해 국가 및 기업 리스크 관리를 자문하는 기관이다. 이 리스크 자문을 위해 20여년 전부터 매년 아시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기업·경제인들의 설문을 통해 부패도를 평가해 왔다. 올해 이 조사에서 한국은 6.98점을 기록했다. 1등인 싱가포르는 0.74점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심하다. 17개국 중 10등이다. 일본(2.35), 호주(2.35), 홍콩(3.77) 등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두세 배나 더 부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태국(5.38)과 말레이시아(6.83)보다도 높았고 중국(7.79)과는 순위를 다툴 정도였다. 기업의 부패는 꼴찌에서 두번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보다도 부패하다고 나왔다.

당장 전 국정원장과 재벌그룹 회장이 각각 뇌물수수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서있는 현실에서 결과를 변명하기도 어렵다.

주목할 대목은 부패 적발시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를 묻는 설문에서 한국이 캄보디아만 제치고 꼴찌 2등을 했다는 점이다. 법 집행이 물러터졌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PERC 설립자는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10대 재벌 중 6명이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형기를 마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법이 사람을 피해가는 부당한 상황를 바로잡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우리는 계속 망신을 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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