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적막
어떤 적막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7.10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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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그 공기 속에 나도 즉시
적막으로 一家를 이룬다  
그걸 만든 손과 더불어.

 

※ 살면서 고요한 시간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될까. 때때로 찾아오는 적막에 불안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잊혀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적막에 놓아 둘때 들꽃도 우주도 비로소 눈에 들어와 깊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안의 고요를 외면하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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