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과 문화도시 청주
간송 전형필과 문화도시 청주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7.0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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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청주시립도서관은 2013년도 12회 책 읽는 청주 대표도서로 이충렬 작가의 ‘간송 전형필’을 선정했다.

대표도서는 추진위원들이 추천한 5권의 후보 도서를 설문지, 전화, 라디오 특별생방송 ‘베틀북스’ 등을 통한 시민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간송 전형필’은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조상들의 책과 도자기, 그림 등 문화적 유산 속에서 찾고자 했다. 일본이나 외국으로 유출되는 문화유산을 찾아 지키고 되찾아온 그의 열정과 삶을 소개하고 있다.

시립도서관에서는 그간 12회 책 읽는 청주 선포식을 시작으로 작가초청 강연회,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토론회, 찾아가는 청소년토론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고 책의 도시 청주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립도서관은 ‘간송 전형필’에 대한 독서토론을 돕고 있다. 단체에서 동시에 여러 권이 필요할 경우 책을 대출해 주기도 하고 강사를 보내주기도 한다.

한편 청주시립도서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도시 청주’가 허울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립도서관 수가 부족하고, 장서 수도 턱없이 적어 겉포장만 화려한 속 빈 강정이라는 질책도 시의회에서 있었다. 시 산하 6개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는 46만5856권, 시민 1인당 0.7권으로 전국 평균 1.72권에 비해 무척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주시내 대학도서관의 장서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지적에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특히 청주시의 도서구입 예산은 5년 전 8억원 정도였으나 지난 해는 3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도서관 직원은 37명으로 한 곳당 6명 정도다. 곧잘 도서관을 병원에 비유하기도 한다. 유능한 의사가 많은 병원이 좋은 병원인 것처럼 유능한 사서가 많은 도서관이 훌륭한 도서관이다. 병원이 인구 규모에 맞는 적정한 병상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국가가 권장하는 5만 명당 한 곳의 공공 도서관을 갖추기 위해 한참 더 노력해야 한다.

청주시는 도서관 정책에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도서관을 예속시켰다. 이 점부터 잘못되었다.

세상에 어떤 나라에서 도서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교육정책의 부속기구로 치부되는가? 학교를 세워도 도서관, 정부기구를 설립해도 도서관, 작은 단체 사무실을 내도 서고를 설치해야 하는 것처럼 도서관은 인류문명과 더불어 함께해 온 제도다. 형태와 기능이 조금씩 세월에 따라 변하기는 해도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한다고 해서 도서관이 그 부속기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은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본연의 기능으로 한다. 부차적으로 따르는 서비스 기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런 우를 범한 것 같다. 도서관도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제공, 전자책의 보급과 더불어 엄청난 시스템의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효율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지 않으면 엄청난 예산낭비와 문화정책의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어렵고도 어려운 문제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도서관정책과 문화정책에 필요한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웹기반을 활용하여 고급 자료와 정보에 시민들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각해 보자. 우리 지역의 고유한 문화 예술 복지 시스템과 연계하는 전달체계도 연구해 보자.

간송은 문화유산을 수집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보존하고 전시하는 일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박물관을 지었다.

한편 복지와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간송의 일대기를 음미해보며 우리 지역의 문화운동을 생각해 보고 문화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도서관이 도서관이 되고, 석교동의 돌다리가 다시 세상에 나오고, 청주성이 복원되고, 삶의 모습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기록되고 보존되는 청주, 하나되는 청주는 그런 모습이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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