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비상(飛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비상(飛翔)
  •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 승인 2013.07.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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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규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시작됐다.

세기가 바뀌는 연대기적 전환을 앞두고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을 그 무렵, 청주시는 공예를 통해 인류가 하나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문을 연 것이다.

그 당시 가장 먼저 제기된 화두는 청주와 공예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경기도 이천이나 전남 강진처럼 역사적인 도자기 생산지로서의 전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하필이면 공예냐는 것이 곱지 않은 시선을 만들어내는 화두의 핵심이었다.

그 당시 공예비엔날레의 논리적 근거로 삼은 것은 ‘직지’였다.

무려 600여년 전, 당시 인류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철을 이용해 금속활자를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비엔날레의 정신에는 면면이 살아있다. 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을 탄생시킨 성지로서 청주를 자리매김하겠다는 신선한 의지가 공예비엔날레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청주의 역사에는 쇠를 이용해 금속활자를 만든 창의성과 공예적 장인정신이 있으며, 그 숭고한 솜씨는 흔들림없이 유지되어 지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정체성의 모태가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처음 시작돼 벌써 8번째 행사가 오는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린다.

1999년 시작을 원년으로 벌써 14년째를 맞게 되는데도 여전히 던져지는 물음표는 남아 있다. 바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10년 넘도록 계속돼 왔지만 도대체 청주에 남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물질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만족이 아직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욕구가 속내에 담겨 있는데, 그런 생각은 수긍될 수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편협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청주에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비엔날레가 비롯된 이후 수많은 공예공방이 생겼고, 또 활발하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청주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갖가지 평생학습프로그램 중 공예가 빠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학에서는 여전히 공예를 전공한 우수한 젊은이들이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지극히 물성에 중심을 두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데 있다.

그럴듯한 작품이 넘쳐나고, 비엔날레를 통해 상가가 호황을 이루며 또 도시전체가 온통 공예품 생산과 판매장으로 뒤덮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고, 공예를 포함한 각종 문화예술의 향기가 고루 스며들어 세계인이 스스로 찾아오는 도시로 청주는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동안 1인 총감독제로 일관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2인의 공동감독제로 체계를 변경한 것은 이러한 문화 다양성과 더 많은 사람을 키우는 공예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포석이 있다.

게다가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던 공예비엔날레를 보다 품격있고 수준높은 전시를 통해 질적 가치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2인의 공동감독들은 이에 따라 예술적 조형성과 심도있는 작가론적 관점에 따른 전시와 쓰임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성에서 예술적 가치로 승화되는 과정을 각각 특색있는 전시로 선보이게 된다. 차이와 경계, 그리고 각각의 변별력과 특색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깊이있게 공예의 진수를 음미할 수 있는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세계 60개 나라에서 3천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역량있는 공예작가들의 창조적 도전정신을 통해 공예의 미래 지평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제공예공모전에는 세계 55개 나라에서 1490점의 작품이 도전하는 열기를 보이고 있다.

이런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열기에는 그동안 1인감독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획에서 벗어나 조직위원회 직원들의 창조적 열정이 그 시작이었다.

젊은 발상과 도전정신을 통해 스스로 사람을 키우는, 그리하여 그 열정을 바탕으로 사람에 의해 역사가 끊어지 않고 이어지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진행과정은 진정 새롭고 힘찬 날갯짓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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