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란 책임자 처벌 따라야
국가문란 책임자 처벌 따라야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3.07.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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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편안한 나라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업적을 다투어 보도하고 유창한 중국말로 연설했다는 신선함과 장소마다 바꿔 입고 나간 옷들로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는 찬사를 쏟아 부었다. 그만큼 우리의 국격은 높아졌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와 통제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라 안에서는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각 정당 이제는 고등학생과 외국에 나가 있는 교포들도 국정원 불법국정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이 특정 후보, 특정 정당을 위해 선거에 개입한 사항은 국가 기강의 존립을 해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 관련자 처벌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안과 밖이 냉·온탕처럼 그 온도 차가 크다.

선거 과정에는 대개 이러저러한 말이 많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북풍’, ‘병풍’ 등 크고 작은 사건이 선거에 영향을 주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에 의한 댓글 논란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그 이유가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국가정보원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데에 대한 충격파가 국민에게 전해졌다.

이 사실을 충격적이고 엄중한 사태로 인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국정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국내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에 과거의 행태가 다시금 되살아나자 국민의 분노가 더했다.

새누리당의 패착이 이번 사태를 확대시켰다.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침해도 중요하지만, 국가정보원이 국기를 문란케 했다는 사건의 본질을 간과했다. 사건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시기적절한 정치적 타이밍을 놓쳤다. 높은 지지율로의 대선승리에 도취한 결과 소신과 원칙만 가지만 된다는 짧은 생각이 낳은 결과다.

댓글로 선거 과정에서 결정적 도움을 받는 것이 없다고,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항변할 순 있지만, 문제는 공정한 게임이 아닌 부정불법 과정의 묵인 속에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자를 문책하고, 이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면 현재와 같은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국정원의 불법으로 편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안이한 태도는 전혀 엉뚱한 데로 불꽃이 튀어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물타기’로 야당의 공세를 막으려 한 것이 오히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일로 확대시켰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합의해 놓고도 야당을 공격할 목적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는 국가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로 무리수를 둠으로써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대화록 일부를 편집, 고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NLL을 포기했다고 항변하지만, 설문조사 결과가 말해 주듯 국민의 55%는 서해 북방한계선을 포기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NLL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 사건을 덮기 위한 새누리당의 자충수다. ‘NLL 땅따먹기’란 저속한 언어로 전직 대통령을 부관참시하고, 진실을 은폐 왜곡하려는 술수에 농락당할 국민은 없다. ‘원칙과 소신’이 국기(國紀)보다 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투구에 빠져든 정치권을 보는 국민은 참담하다.

그래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진실을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 국민의 걱정은 정보원의 선거개입을 양비론과 책임공방으로 몰아 정치혐오증을 불러일으켜 사건을 유야무야 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다. 그러므로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역사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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