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끝나지 않은 전쟁
  • 심억수 <시인>
  • 승인 2013.07.0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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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심억수 <시인>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본격적인 여름이다.

산과 들은 하얗게 쏟아지는 푸른 태양에 더욱 짙어지고 바다는 한없이 퍼런 물감을 풀어내고 있다.

지난 주말 화진포로 향했다. 내륙에 사는 나는 지리적 특성으로 바다보기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동화되어 바다를 향해 떠난다는 홀가분함 때문인지 벌써 마음은 바다가 된다.

차창에 어리는 푸른 산과 들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에게로 달려온다. 푸른 향기는 어느새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되어 내 가슴을 마구 흔든다.

감상에 젖는 시간도 잠시 화진포에 도착하였다.

넓은 바다에 자그마한 섬 금구도가 부서지는 파도를 온몸으로 삼키고 있다. 화진포 송림 속의 김일성별장을 보면서 이곳에서 개인의 허망한 야욕에 남침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순식간에 집어삼킬 듯 치솟아 오르는 바다를 보면서 어쩌면 망상에 사로잡혀 남침야욕이 더 생겼으리라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

전쟁으로 파손된 별장을 개축한 안보전시관에는 김일성이 사용했던 옷과 집기들이 진열되어있다. 전쟁 당시의 참상을 담은 화보를 보니 한 인간의 야욕이 빚어낸 동족상잔의 비극에 전율이 솟는다.

얼마 전 안전행정부의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 결과 성인 35.8%와 청소년 52.7%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한다.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 전쟁이 발발한 지 어언 63년이 지났다. 그동안 햇볕정책이라는 명목 아래 안보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그 호전성이 여전하다. 우리 모두 안보의식으로 다시 무장하여야 한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희생과 삶에 허덕이며 살아왔던가! 바람에 흔들리는 화진포 송림의 몸부림이 전쟁에 산화한 영혼의 소리가 되어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화진포를 지나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바다를 따라 철조망이 설치되어있다. 전망대에 다다르니 철책선이 앞을 가로막는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으로 철책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전방 초소가 남북한의 긴장감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새들은 자유로이 철책을 넘나드는데 우리는 왜 제약을 받으며 오고 가는가. 언제까지 우리는 동족 간에 반목의 세월을 보내야 한단 말인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하루빨리 평화적 통일이 이루어지길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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