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경마장, 공론화가 아니라 불허가 정답
화상경마장, 공론화가 아니라 불허가 정답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3.06.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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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현금을 싸들고 남편을 앞세워 사채업자를 찾아다니며 빚 갚아주기를 수차례, 경마하는 날은 들떠 있더군요, 평생 도박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사람이었습니다. 도박 때문에 안산에서 7명이나 자살하였는데 남편은 도박을 끊지 못하고, 죽은 동료 따라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인간의 탈을 쓴 마귀로 보였으니까요. 도박에 눈이 멀어 20여 년 세월을 허공에 날린 남편, 도박으로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이 14주년 단도박 축하를 받으며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꿈만 같습니다.”

도박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모임(단도박)에서 일부 사례를 옮겨봤다. 행간을 통해 느껴지는 고통과 좌절 그리고 가족 전체의 비극을 읽을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화상경마장 유치를 놓고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유치를 강행하려는 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미 서너 차례 화상경마장 유치 시도가 있었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관 협약을 통해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해 왔다.

도박의 폐해는 주위 사람 혹은 지인 중 한 두 명은 있기 마련이라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가정해체, 자살 등 도박은 자신뿐 아니라 주위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사회적인 독버섯이다.

그럼에도 장애인단체를 전면에 내세워 반대여론을 무마하려는 속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유치를 목적으로 세수증대, 장애인 복지기금마련, 도박이 아닌 레저사업 등 사업의 당위성 홍보에 몰두하지만, 도박은 도박일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심지어 전국에 32곳이 있는데 강원도와 충북만 없으니, 강원도는 정선 카지노가 있어 괜찮고 충북에는 들어와야 한다고 형평성까지 들먹이며 유치노력을 하는 것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수확보나 지역상권 활성화는 이미 대전, 광주 등에서 검증된 바 있다. 상인들조차도 그 폐해를 지적하며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판에 지역 언론조차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공론화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좀 솔직했으면 한다. 그들 주장대로 백번 양보해서 승마장과 승마힐링센터 외에 말 박물관, 승마공원을 통해 지역상권이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화상경마장이 사행성사업 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도박에 물들고, 그 폐해로 숱한 가정이 파탄났던 경험이 있다. 도박은 끊는 것이 아니라 옮겨가는 것이다. 화투에서 경마, 경륜, 인터넷 도박 등으로 중독자는 종목만 바꿀 뿐 어김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을 던지는 위험한 게임을 즐기려 한다. 그들의 피폐한 삶과 장애인 복지를 맞바꾼다는 발상은 타당한 것일까?  

천안 화상경마장을 ‘애물단지’로 표현하며 그 폐해를 지적하는 지역 언론도 있고, 마치 천안의 예가 모범사례인양 소개한 언론도 있다.

한마디로 화상경마장은 돈 되는 사업이다. 그래서 마사회나 지역의 건물주가 유치운동을 한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오겠는가? 대개 서민들 호주머니 속에서 나온다. 기분전환으로 2~3만 원 하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아니 많다. 이는 세수증대라는 허울로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상에는 남들이 다해도 안 해야 하는 일도 있고,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다. 화상경마장 유치를 반대하는 것은 마치 독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유익은 작고 피해는 크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과 같다.

청주시와 시의회는 과거 도박 산업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협약정신을 내세워 화상경마장 유치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 청주시가 ‘도박청정지역’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추워도 곁불을 쬐지 않는 ‘딸깍발이’ 같은 충청도 양반기질을 보여 줄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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