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몬을 숭배하는 사회
맘몬을 숭배하는 사회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6.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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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버스타기를 좋아하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서 평생 살아온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맘몬 숭배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비인간적 삶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돈을 숭배하는 풍조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힘써 일해야 한다고 역설하신다.

아주 작은 수의 사람들은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사람을 오직 소비력으로만 판단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통탄하신다.

교황께서는 시장의 무제한적 자율성과 투기적 금융이 양극화를 낳은 주역이라고 보신다. 맘몬은 재물이나 소유라는 뜻으로 신과 대적하는 우상을 이르는 말이다. 성서에서는 특히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듯이 신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한다 해도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면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낙오된 사람들의 삶은 최소한도 지켜내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인류사회는 오래 전부터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고 그것으로 사회제도를 유지하고 가난한 이들의 최소한의 생계를 돌보아 왔다. 공정한 경쟁이 무너진 것은 둘째 치고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금조차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 혹은 조세회피지역(Tax Haven)이라 불리는 나라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만들어 놓고 우리나라에서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는 부유층이 많다고 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조세회피 지역을 통한 역외 탈세자 명단을 몇몇 언론을 거쳐 선별적으로 폭로해 온 방식을 벗어나 일반에 명단을 전면 공개하고 나섰다. ICIJ는 조세회피 지역에 등재된 10만이 넘는 페이퍼 컴퍼니와 펀드 등을 공개하고 시민들과 함께 분석하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방식으로 돈이 어떻게 숨어들어가 세금을 빼먹는지 역외 네트워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뉴스타파 측은 ‘조세피난처로 간 한국인들’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될 경우 파장이 큰 인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임직원 출신도 있고 우리와 친숙한 연예인과 대기업 총수일가도 있다. 정부는 해외재산은닉이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가 인류의 가치관을 타락시킨 것인지 본래 인간이 탐욕스러워 이렇게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몇 천 년 전에도 맘몬을 숭배하는 일은 있었고 지금은 절정기에 이르러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맘몬숭배 현상은 한 동안 유행한 ‘귀족녀’와 ‘명품녀’의 탄생에서도 볼 수 있다. 커피이야기로 시작된 ‘된장녀’는 남자에게 의지하여 손쉽게 살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의 의식을 담고 있다. ‘귀족녀’는 경제력이 뛰어난 계층의 자녀들 이야기이다. 천박한 명품녀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한 달 쇼핑비용이 수백만 원에 이른다면 이해하기 힘들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이기주의와 경제 양극화 산물은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경제 양극화는 가난의 대물림, 정직하지 못한 부의 축적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끝없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낸다. 한 동안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공무원노조의 등장과 더불어 부정과 비리가 척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고위층의 부패는 수법이 교묘해졌을 뿐 변한 것이 없었다. 아니 숫자가 줄고 단위가 커졌을 뿐이다.

“인간의 존엄은 돈이 아닌 노동으로 형성된다.”는 교황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평범한 이야기 “돈이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는 구절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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