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부터 개혁다운 개혁을
국회부터 개혁다운 개혁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06.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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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보은·옥천·영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그제 선거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야권 후보와 야당을 비방·반대하는 댓글을 작성토록 한 혐의를 받고있다.

김 전 청장은 대선 직전 조사한 국정원 한 여직원의 컴퓨터에서 대선 후보 관련 게시글이 발견됐음에도 “증거 분석 결과 문제적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의 수뇌급들이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고도 우리가 OECD 일원 임을 자처할 수 있는 지 부끄러운 일이다.

두 사람의 일탈은 그동안 정권이 바뀌거나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숱하게 외쳐온 개혁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확실한 반증이다.

중앙정보부에서 출발해 두차례나 명패를 바꾸며 역사적 국면 때마다 개혁의 표적이 돼왔던 국정원이나, 수사권 독립을 위한 환골탈태를 약속해온 경찰이나 본질적인 변모를 꾀하는데는 실패했다고 자복한 꼴이 됐다. 을에 대한 갑의 약탈적 착취가 실체적으로 드러난 남양유업 사태와 상상을 초월한 부정·부패 시리즈로 국민들을 멘붕에 빠트린 원전 비리도 우리의 개혁 제창이 늘 구호에 머물고 말았음을 확증하는 사례다. 이번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국정원과 경찰이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늘상 속아온 국민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개혁의 성패는 룰을 만드는 것보다 룰을 엄정하게 운용하는데 있다. 합의된 룰을 위반하면 추상같이 처벌하는 필벌과 엄벌의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어느 누구보다 정치 개입을 해서는 안 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정치개입을 넘어 사실상 특정 후보를 위해 선거법까지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불구속 배려를 받은 것은 두 조직의 개혁이 앞으로도 요원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원장의 지시를 실무적으로 수행한 국정원 간부들이 기소유예 된 것도 마찬가지다.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조직 특성을 감안했다는 검찰 논리는 우스꽝스럽다. 이는 35년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자신의 명령을 따른 부하들을 구명하기 위해 법정에서 설파했던 주장이다.

그때도 묵살됐던 국정원(당시 중앙정보부)의 상명하복 논리가 이제 먼지를 털고 튀어나온 꼴이니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관심사는 정치권의 개혁이다. 여·야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의원연금 폐지, 면책·불체포특권 포기, 겸직 금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치개혁이 우리 사회 전반을 추스리는 개혁의 바람을 몰고올 신호탄이 돼주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솔직히 미덥지는 않다. 야·야 공히 목소리를 높였던 기초자치선거 정당공천 배제 약속은 이미 파기된 모양새다. 다른 사안들도 예각을 깎아내는 이런저런 손질과 단서가 더해지는 중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의 개혁법안이 나올지 의심스럽다.

지난 2011년‘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이 대통령령으로 발효됐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여 자체 행동강령을 조례로 제정한 지방의회는 전국 244곳 중 16곳에 불과하다.

“행동강령이 의정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가당찮은 이유를 내세운다. 의원 비리와 탈선이 끊이지 않는데도 유권자를 향한 선언적 약속조차 거부하는 것이다. 누굴 보고 배웠겠는가. 이들의 대오각성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모범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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