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유목민(nomad)을 키우자
대학에서 유목민(nomad)을 키우자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6.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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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현대는 유목주의(nomadism)의 시대이다. 유목민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불모지를 개간하며 산다. 곧 머물던 장소를 아낌없이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생활에 익숙하다.

현대의 유목주의 철학은 유목민의 유랑생활이 갖는 특징에 주목한다. 유목민의 삶은 항상 한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농업사회의 농민이나 이미 확립된 조직에 들어가 주어진 직무만을 반복하는 취업노동자의 삶과 대비된다.

농민이나 취업노동자들이 기존의 조직에 순응함으로써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성공을 지향한다면, 유목민은 기존의 권위와 가치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곧 유목민이란 고정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혁신함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가는 자유로운 인간을 상징한다.

농민과 취업노동자의 삶에서 유목민의 삶으로 이행하는 과정은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는 삶과 일의 세계를 과거 전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고 있다.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안정된 합리성이나 전통적 권위보다는 개인의 주체성과 자발성, 창의성을 중시한다.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의 이행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닫힌 사고에서 자기부정, 혁신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는 열린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곧 유목민의 삶과 마찬가지로 낡은 것을 벗어던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후기 산업사회의 정신이며 삶의 방식이다. 후기 산업사회에서 적응하고 살려면 유목민과 같이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의 청년 실업은 1990년대의 대졸 취업난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다. 곧 과거의 취업난이 경기침체와 같은 일시적 요인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대졸 취업난은 대학이 배출하는 인간형과 후기산업사회에 요구되는 인간형의 불합치라는 구조적 요인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은 사람은 필요한 데,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기업은 신규 대졸자들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며,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채용하고자 한다. 실제로 300인 이상 기업의 20대 고용비중이 20년 전 35%, 10년 전 25%, 5년 전 20% 정도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대졸취업자의 취업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행 고등교육체제가 배출하는 인간형과 후기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일치시키려는 구조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도 진정으로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기 원한다면 교육을 바꿔야 한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체제가 요구하는 획일화된 인간 교육을 후기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유목민적 인간형을 배출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곧 닫힌 교육 체제를 열린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에는 지식 전수를 위주로 하는 교육에서 인성, 도전정신, 창의성, 자기반성 능력을 함께 함양할 수 있는 전인교육으로의 변화, 상아탑의 독점적 지위를 내려놓고 대안교육, 성인교육, 평생교육을 포함하는 종합적 교육으로의 변화, 기업과 함께 학생들의 미래를 개척하는 협업교육체제로의 변화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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