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53>
궁보무사 <153>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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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이러다가 이 분들에게 맞아죽겠소"
6. 엎치락뒤치락

"네에 어, 어떻게 어떻게 해야만 제가 그에 대한 보상을 해드린단 말이에요"

주성의 예쁜 아내가 다시 물었다.

"뭐 그다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니에요. 남편이 그랬듯이 부인께서도 지금 우리를 향해 육수(肉水) 한줄기를 시원하게 내리 갈겨주시기만 하면 되겠습니다요."

"뭐, 뭐라고요"

갑자기 그녀의 예쁜 두 눈꼬리가 위로 번쩍 치켜 올라가더니 얼굴 피부는 순식간에 거북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어보였고 어린 꽃잎을 살짝 포개어 놓은 듯 싶어 보이는 그녀의 예쁜 입술은 위아래로 조금씩 움찔거리더니 마침내 파르르 떨렸다. 지금 이것은 그녀가 모욕적인 말을 듣고 어지간히 화가 나있다는 증거였다.

"이크!"

강치 일행은 그녀의 이런 표정 변화를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 한사람씩 매섭게 내리 쏘아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과 마주칠 적마다 무서운 전율 같은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치가 방금 말했던 동료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무라듯이 말했다.

"자네, 그런 험한 말을 막 하면 어떻게 하나 설마하니 우리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저 선녀같이 예쁜 여자가 눈부시게 하얀 엉덩짝을 까 내리고 검은 이끼가 살짝 묻어있는 보드라운 살틈새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맞았어! 우리가 당장 칼에 맞아 죽을지언정 최소한 인간다운 도리와 예의는 지켜야지!"

"자네 말이 너무 심했어!"

곧이어 다른 두 사람도 방금 전 주성의 아내에게 육수(肉水) 보상 운운 해가며 함부로 떠들어댔던 자에게 핀잔을 주듯 한마디씩 건네었다. 그러나 그 험한 말을 꺼냈던 자는 오히려 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주성의 예쁜 아내를 빤히 올려 쳐다보며 다시 외쳤다.

"보상을 해주시든지 말든지 그건 부인께서 알아서 하시라구요. 우린 어차피 죽을 목숨! 기왕이면 당신 서방이나 신나게 두들겨 패다가 같이 죽고 말겠소."

사내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바르르 떨며 앉아있는 주성에게 달려들어 발길로 냅다 걷어차 버렸다.

"으악! 아고고고."

또다시 주성은 비명을 크게 내지르며 바닥에 나둥그러졌다. 사내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쓰러진 주성의 몸을 마구 걷어차 댔다.

"아고고고. 나죽네! 나 죽어!"

그러잖아도 엄살이 몹시 심한 편인 주성은 온갖 괴성을 다 질러대며 불에 굽는 오징어처럼 온몸을 마구 비틀어댔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하시라고요!"

남편이 무지막지하게 얻어맞는 걸 보게 된 주성의 아내가 울상을 크게 지으며 외쳤다.

"여보! 제발 어떻게 해보구려! 하품하듯이 벌어지곤 하는 당신 그 아래 살틈새를 잠깐 좀 내보이는 게 어때서 그러우 밤중에 길가다가 잠깐 주저앉아서 몰래 실례를 하는 셈 치고 용기를 내봐요. 여보! 여보! 나 이러다가 이 분들에게 맞아죽고 말겠소!"

주성이 사내에게 사정없이 얻어맞아가며 거의 발악을 하듯 외쳤다.

"어머머! 여보! 그게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정말로 밸도 없고 용기도 없고 자존심도 없고, 아예 마누라마저도 안중에 없는 사람인가요"

주성의 아내가 예쁜 아미(蛾眉)를 씰룩거려가며 무척 속이 상한 듯이 말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실제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기왕에 때리려면 좀 더 확실하게, 운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때려줘야지 도대체 저게 뭐야 안마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애들 장난질 치는 것도 아니고. 잠자리에서 사내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놈! 이번 기회에 아예 박살이 나서 죽어버렸으면 참 좋으련만.'

주성의 아내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싸늘한 눈초리로 얻어맞는 자기 남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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