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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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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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 귀퉁이
개밥 풍성히 주었더니

먹을 만큼 먹었는지
남은 밥 맨땅에 엎어놓고

참새 서너 마리 오다가다
시장기 때우게 하는구나

일개미떼 불러 모아
식량 준비 시키는구나

밥이여 저 눈물겨운
우주의 생명이여

'영혼의 눈'(문학사상사)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바람이 분다. 나뭇잎들이 일제히 흔들린다. 그러나 가두지 않고 다음 나무에게 고스란히 건네준다. 햇살이 내린다. 나무가 받아 나뭇잎을 반짝이다가 낮은 풀에게도 남김없이 내려준다. 비가 내린다. 뿌리를 잠시 적신 후에 그대로 바다의 씨로 흘려보낸다. 이것이 자연이 하는 어울림이다. 개밥이 엎질러져 있다. 설마 개가 누굴 위하여 밥을 쏟았을까. 그러나 배부르면 더 이상 채우려 하지 않는 하늘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참새도 배부르고 일개미도 등 따습다. 이것을 아름다운 나눔이라고 한다. 나의 밥이 우주요, 우주의 밥이 나요, 나의 똥이 우주요, 우주의 똥이 나다. 이 세상에 나 아닌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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