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이 즐거워진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이 즐거워진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6.0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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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인간의 생각이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사고의 유형은 단순하다. 분석적 사고와 종합적 사고가 그것이다. 분석적 사고란 복잡한 것을 단순한 요소로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며, 종합적 사고란 이리저리 분산되어 있는 사안들을 합쳐서 생각하는 것이다. 나누고 합치는 것이 인간 사고의 기본 유형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이며, 때론 재미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나눠야 할 때 합치고, 합쳐야 할 때 나누려 한다. 합쳐야 할 때 나누면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나눠야 할 때 합치면 생각이 흐리멍덩해진다. 이런 문제는 생각하는 습관이 그렇게 고착됐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습관을 탈피하면 많은 부문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 5월 23일 충남대학교에서 ‘지역대학,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각계 인사들이 논의의 장을 열었다. 대학관계자들은 정부의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더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 관계자들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으니 현재 지역대학 시스템을 바꾸라고 요구하였다. 대학도 자기 혁신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도 지원 시스템을 확장하고 바꿔야 한다는 건 당연한 말이다.

문제는 돈이다. 대학 혁신도 재원이 필요하고 지원 시스템을 확장하는 데도 돈이 든다. 돈 문제가 나오면 정부관계자도 그렇고 대학관계자들도 중앙 예산담당부서의 획기적 조치를 기대한다. 그러나 항상 경제논리를 앞세우는 중앙부서 예산 담당자들이 지역대학 살리기라는 명분을 우선적으로 따라줄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대학 위기의 근본 원인은 지역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이다. 당시 발표자나 토론자들 모두가 이 부분에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지역대학 육성을 위한 예산’과 ‘지역인재 유출’ 문제를 결합해보자. 그러면 ‘지역인재를 지역에 묶어두기 위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도출된다.

이 문제를 전혀 다른 주제인 반값 등록금과 연계시켜보자. 작년 전국 대학생의 총 등록금 액수는 10조 8천억 정도가 된다. 이의 50%는 5조 4천억이다. 다시 작년 전국의 교내 장학금과 교외 장학금을 합쳐서 지급한 액수가 2조 7천억이다. 그러면 2조 7천억이 남는데, 국가 장학재단에서 작년에 지급한 장학금 액수가 1조 7천억 남�!求�. 약 1조가 부족하다.

이 모자란 돈 1조 때문에 작년 전국의 대학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으며, 이로 인하여 지역대학, 특히 국립대학의 교육여건이 악화되었고 지역대학의 위기가 심화되었다. 다행히 올해 국가 장학금은 1조 정도가 늘어난 2조 7천억 정도가 책정되었다. 총액 기준으로 보면 반값 등록금은 실현 가능해 보인다.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방지를 위한 재원 문제와 반값 등록금을 결합시켜보자. 국가 장학금은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서 지급하고 있다. 곧 국가 장학금은 중앙정부 주도하에 지급된다.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이 장학금 예산을 지방정부에 내려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은 서로 협의하여 지역대학에 입학하는 지역인재들에게 대학 등록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런 사례가 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정책이 실현된다면 지역인재 유출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지역대학과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분산된 사안들을 묶어보면 재미도 있고, 상당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일을 즐기려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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