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향토사학자 김예식의 '이야기 天國'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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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황희(黃喜)정승의 파랑새 이야기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바람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세라.'

이 시조는 김종서 장군의 시이다.

그는 젊어서 함길도 관찰사가 되는데 황희 선생의 천거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젊은 김종서가 일찍 출세하는 것을 시기한 무리들이 이간질을 한다.

"함길도 관찰사 김종서는 정사(政事)는 게을리 하면서 오랑캐(女眞族)들에게 뇌물을 받고 주지육림속에 계집질로 허송세월을 하고 있으니 북방이 염려된다"라며 조정에서는 공론화할 기미가 보이면서 영상인 황희 정승에게까지도 들려온다.

"큰일이구먼. 아까운 젊은이가 혹 제 명을 다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일찍 퇴궐한 황 정승은 일찍 이불을 깔고 누워버린다.

정경부인이 염려되어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며 의원을 부르랴고 말한다. 누워있던 황 정승은 돌아누으며 혼자말로 "참 이상도 하지 파랑새 소리가 귀에서 났단 말이야"한다.

"뭐요. 파랑새가 귀에서 날아 갔다구요"

놀란 아내의 되물음에 황 정승이 벌떡 일어나며 "무어라고, 내가 파랑새가 날아갔다 했소"하면서 "이거 야단났구먼! 여보 내가 한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요"하면서 다시 누워버린다.

다음날 소식을 들은 출가한 딸이 염려되어 친정아버지 문병을 왔다.

어디가 어떻게 편치않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고 답답하여 부엌에 있는 친정어머니에게 물었다.

"참 이상도 하지. 너의 아버지 양 귀에서 파랑새가 날아간 뒤에 저렇게 몸저 누웠단다."

"아이 참, 이야기는 절대로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는 너의 아버지 당부였는데"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장인의 병환이 어떠냐고 묻는다. 남편에게 무의식 중에 파랑새 이야기를 해 버렸다. 양 귀에서 두 마리가 날아갔다고, 그러면서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황희 정승의 사위에게는 조정에 출사하는 아우가 있었다.

황 정승의 사위도 자기 동생에게 파랑새 이야길 하고는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당부를 빼지 않고….

닷새째 되는 날 온 조정에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 있었다.

황 정승의 양귀에서 파랑새가 스무 마리 날아간 뒤에 사경을 헤맨다는…

급기야 세종대왕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괴이한 이야기로 걱정을 하고 전의를 보내라고 하교하신다.

소식을 들은 황 정승은 즉각 입궐해서 世宗大王 앞에 보복을 한다.

"신 황희는 전하께서 보시다시피 아무 일도 없나이다. 다만, 소신이 며칠전 함길도 관찰사 김종서의 떠도는 소문이 하도 괴아하여 곰곰이 혼자 생각하며 잠이 들어, 잠꼬대로 한 파랑새 이야길 들은 아내가 딸에게 전한 것이 급기야는 전하께까지 헛소문이 되어 퍼졌나이다. 송구스럽기 그지없나이다."

"하오나 이와같이 소문은 눈덩이 같이 커져온 것이옵고 대개 나쁜 소문일수록 더하여지는 것이온 줄 아옵니다. 청하옵건대, 함길도 관찰사 김종서의 작금의 소문도 헛소문이 아닐지 심히 염려되옵니다."

그리하여 세종대왕은 함길도 관찰사의 떠도는 소문을 사실 조사하게 한다.

소문과는 달리 젊은 관찰사 김종서는 여진족의 침입을 원천봉쇄하는 군비를 엄정하게 하고 있었음을 알게되어 김종서가 모함에 걸려들지 않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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