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은 지역에 뿌리내려야 한다.
지역대학은 지역에 뿌리내려야 한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5.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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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영남이나 호남 지역에 가서 그 지역 사람들과 대화 해보면 지역대학에 대한 자긍심과 애착심이 남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 지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지역의 대학들을 ‘우리 ○○대’라고 부른다. 호칭에서부터 지역대학과의 정서적 공감 정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마다 역사와 전통이 달라서인지 대학에 대한 우리 지역의 정서적 공감도는 영호남에 비해 조금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자체나 언론, 시민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역대학에 대한 불만감도 감지된다. 지역의 대학이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많지 않다는 불만이다.

지역의 대학은 지역에 자리 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나 중앙정부의 통제를 많이 받는다. 곧 국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중앙정부의 행정적 관리 아래 있다. 대학 운영방향과 이해관계가 지역사회보다는 국가나 중앙정부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지역의 대학들은 중앙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지자체를 위시한 지역사회와의 협조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의 대학들이 외딴 섬과 같다는 불만이 표출되기도 한다.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의 소원한 관계는 대학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도 그렇고 지역 대학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산학협력 선도대학육성사업이나 오송 첨복단지 유치의 경우처럼, 상호 공생적 발전을 위해 지자체와 지역대학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각종 사업과 행사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협조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관 간의 양해 각서 체결도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과 지역대학의 협조적 공생관계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이 같은 협업관계는 지금까지의 단발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조금 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OECD의 2004년 보고서에서처럼 21세기 지식기반경제의 구호는 ‘세계화(Globalization)’에서 ‘세방화(Glocalization)’로 전환되고 있다. 곧 전 세계를 하나의 경제단위로 묶는 전략은 이미 낡았으며, 지역이 새로운 경제의 기본 단위가 되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학과 지역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학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인재양성이라는 포괄적인 목표를 넘어, 지역의 발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곧 지역 내의 독립된 국가기관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지역의 일원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의 바다에 고립된 섬으로서의 대학이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회복할 때 지역대학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과 함께 하는 상호동반자의 역할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될 수 있으며, 의미 있는 네트워크 구성은 상호간의 신뢰와 협조, 노력과 인내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통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역대학과 지역사회 사이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정서적 공감도가 높을 때 의미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우리 지역대학이 발전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지역대학들이 지역사회와의 동반자적 관계 강화와 공동 발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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