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공소시효 불편한 진실 고발
'몽타주' 공소시효 불편한 진실 고발
  • 노컷뉴스 기자
  • 승인 2013.05.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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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엄정화 주연…오는 16일 개봉
15년만에 반복된 유괴사건 추적스릴러

영화 ‘몽타주’는 대중매체로서 영화가 가진 매력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라 부를 만하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감동에다 영상으로만 표현 가능한 편집 문법으로 관객들에게 극의 흐름과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까닭이다. 

15년 전 벌어진 유괴살해사건으로 어린 딸을 잃은 하경(엄정화). 그녀는 그날의 아픔을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다. 그러한 하경을 지켜봐 온 담당형사 청호(김상경)의 심정도 매한가지다. 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기 5일 전 범인이 사건 현장에 꽃 한 송이를 가져다 두고, 그로부터 며칠 뒤 15년 전과 똑같은 범죄가 되풀이된다. 

1. 빗줄기가 퍼붓는 어느 시장통의 건물 앞, 형사 청호가 계단에 쭈그려 앉은 채 피곤한 표정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다. 이 장면 사이 사이로 15년 전 유괴사건의 전말, 피해 가족과 담당 형사의 아픔,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 5일을 앞두고 나타난 범인을 추적하는 청호의 모습이 끼어든다.

담배가 꽁초로 변해갈 즈음 청호 앞에 용의자가 나타난다. 곧바로 이어지는 빗속 시장통 추격신은 그렇게 시작된다. 

극 초반 10여 분 동안 이어지는 이 영상을 통해 관객들은 15년 전부터 현재까지 긴 시간에 걸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서로 동떨어진 장면들을 연결해 하나의 통일된 의미로 만들어내는 몽타주 기법 덕이다.

2. 아이가 유괴당해 경찰이 출동해 있는 집에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든 아이 엄마에게 음성변조를 한 범인이 말한다. 아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곧 지나갈 쓰레기 수거차량에 남겨 뒀다고. 수화기를 집어던지고 달려나가는 아이 엄마.

그녀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15년 전 똑같은 상황에 놓였던 하경의 모습이 겹쳐진다. 쓰레기차에 올라 정신나간 듯 쓰레기를 헤집다 딸의 모습이 든 폴라로이드 사진을 발견한 하경은 절규한다. 

이 영화는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편집으로 당시 그 상황에 놓였던 인물들의 처절한 심리 상태을 보여 주는 데 주력한다.

이는 아동 유괴살해라는 사건의 선정성을 부각시키지 않는 효과도 낸다. 

‘수시로 교차하는 편집 탓에 이야기 흐름을 따라잡기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헷갈려할지 모를 관객들을 위해 극중 인물들이 대사로 하나 하나 짚어 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그만큼 친절하다.

몽타주는 관객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남기는 데도 소홀하지 않다. 이 영화의 비밀을 여는 열쇳말이 공소시효라는 점에서 그렇다.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지난 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시종일관 “공소시효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묻는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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