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특성화! 지금 시작해야 한다.
지역대학 특성화! 지금 시작해야 한다.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3.25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첫째 에피소드. 일전 어느 지역대학의 총장이 부임 후, 새로 임명된 보직자들과 직원들을 대절 버스에 태우고 선도 지역대학들을 순회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발 앞서 가는 대학들을 모델로 삼아 대학을 변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런 노력 때문인지 그 대학은 지역 대학 중 선도대학 중 하나가 되었다.

둘째 에피소드. 삼성이 인수한 이후 잘 나가는 성균관대학교를 서울대 총장이 방문한 적이 있다. 대학의 비전, 정책 방향, 연구, 교육, 행정, 재정 등 대학운영 전반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교류협정을 맺고자 방문한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전국의 어느 대학이든 발전계획이나 사업계획을 짤 때는 성균관대학을 위시해 잘 나가는 사립대학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전국의 대학은 성균관대 모델의 근접 정도에 따라서 서열이 매겨진다는 우스개소리가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셋째 에피소드. 인수위의 교육문화 분과에서 핵심적 지위에 있었던 한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학평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평가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해서 개별 대학이 그 기준에 얼마나 부합했느냐 하는 정도를 갖고 지원해 주는 방식(포뮬러 펀딩)은 특성화라기보다 오히려 대학을 획일화하고 대학 나름의 고유한 프로그램이나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한다.” 대학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운영계획을 수립하면, 지원기관은 이를 엄격하게 심사하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대학 특성화는 이런 전환을 통해서 가능해 질 것이다.

더 나아가 그는 정부가 간섭하여 지역 대학에 특정 분야를 특성화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대학 내부의 자발적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대학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장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가 공존하는 대학의 특성 상 어느 한 분야를 취사선택해서 키우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구성원들 사이의 불협화음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학구성원들이 토론을 통해 지역대학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그것을 인증하는 것이 바람직한 특성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남수호’의 교육부는 인수위가 만든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렇게 본다면 첫째와 둘째 에피소드에서 나타난 대학 발전 방식은 용도 폐기될 공산이 크다. 곧 잘 나가는 대학을 모방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런 방식은 특정 모델을 기준으로 전국의 대학을 획일화할 수 있기 때문에 특성화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결국 공은 지역과 대학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 지역의 대학이 지역사회와 공조하여 지역의 산업, 행정, 사회 환경에 맞게 대학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실현을 위하여 대학은 물론이고 지역사회가 함께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잘 나가는 대학의 노하우를 베끼는 단계를 벗어나 지역 대학 나름의 자생적 발전 모델을 마련하는 특성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교육공약이 100일 안에 뿌리를 내리도록 국정과제 중심으로 추진할 것이며, 국정과제 로드맵에 따라 구체적 정책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00일이라는 시간은 대학 조직의 특성상 긴 시간이 아니다.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 정부의 대학 정책이 결정된다는 말이니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대학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이다.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며, 지역대학 특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함께 짜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협의, 구성원 사이에서의 토론을 통한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시작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이제까지 우리 지역의 대학이 고유의 자생적 발전모델을 수립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지역의 장들과 지역대학의 수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대학의 특성화를 통한 발전 모델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본다. 사안이 벌어진 다음 대증적 접근을 한다면 평생 남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 뒷북치지 말고 앞서가려면 개인 영달에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