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설레는게 사랑"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설레는게 사랑"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3.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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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 김민희
한국에는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매우 적은 편이다. 시장에서 덜 팔리기 때문이다.

어쩌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면 ‘반실업자’ 상태인 많은 원톱 여배우들이 갈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런 불리한 시장 상황에서 어느 여배우나 탐을 냈을 만한 여성 캐릭터를 독차지하고 있는 여배우가 김민희(31·사진)다.

지난해 3월 8일 개봉해 242만명이 넘게 본 멜로 스릴러물 ‘화차’(감독 변영주)에 이어 이번에는 21일 개봉한 로맨스물 ‘연애의 온도’로 또 다시 ‘3월의 흥행 퀸’에 도전하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여성 원톱 영화는 아니지만 남자 주인공 캐릭터들과 거의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며 스토리 속에서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김민희의 뛰어난 연기력과 출중한 캐릭터 창조력이 있기에 가능하다. 김민희 앞에 붙는 수식어가 ‘패셔니스타’, ‘아이콘’에서 ‘연기파’로 바뀐 지 오래라는 다 아는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찬사에 김민희는 부끄러워 할 뿐이다. “여배우들이 할 만한 캐릭터가 없는 현실에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까지 봐주다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저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김민희는 ‘연애의 온도’에서 3년 동안 비밀연애를 해온 회사 동료 ‘동희’(이민기)와 막 헤어진 ‘영’을 열연했다. 낯선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스토리의 여느 영화들과 달리 이 작품은 헤어지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로의 자존심 탓에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 못하는 남과 여는 만나면 싸우고, 홀로 있으면 담배와 술(동희)에 의지하거나 눈물(영)로 시간을 보낸다.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역할이다. 그래서 김민희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배우로서는 연기하기에 힘들었을 캐릭터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정말 흥미로운 스토리겠지만 영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울고 시작한 뒤 동희와 계속 갈등을 빚죠. 그런 감정들이 계속 쌓이고, 외로움과 갈증을 느끼고요. 그런 것들이 쌓이다 쌓이다 어느 순간 폭발하고. 그런 부분들에서 감정 소모가 너무 커서 힘들었어요. 어느덧 영의 감정을 제가 받게 돼서 더욱 그랬죠.”

김민희는 러닝타임 112분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실연 당한 여인의 감정을 보여줘야 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더욱 성숙해가는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작업하면서 설레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서로 치고 받고 해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설레는 것이잖아요. 두 인물이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다시 싸우고 헤어지고. 그러는 동안 성숙해져가는 사랑이 재미도 있고, 두근거림과 설렘도 있죠. 위로도 받을 수 있구요. 그게 우리 영화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감정적으로 힘든 연기를 하면서도 좋은 기억으로 영화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구요”.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김민희는 그간의 어떤 캐릭터 보다 영에게 푹 빠져 있다. 평범하고 친근한, 현실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영은 특별한 뭔가를 가진 어떤 인물도 아니고,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영 속에는 이미 저, 인간 김민희도 있고 제 친구도 있죠. 그래서 여성은 물론 모든 관객들이,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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