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에게 배우다
맹 문
재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 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필자약력>
1963년 충북 단양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
1991년 『문학정신』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1993년 전태일 문학상, 1996년 윤상원문학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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