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끝내는 날
소풍 끝내는 날
  •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 승인 2013.03.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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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주철희 <청주 제자교회 목사>

며칠 전 제가 섬기는 교회의 권사님이 2년 남짓 암과의 힘든 투병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셨습니다. 여러모로 신앙생활의 본이 되어 주셨고 교회를 위해 열심히 헌신하시고 충성하셨던 분이라 많은 교우의 충격은 컸습니다. 아직은 가실 때가 아니기에 하나님이 치유의 능력을 나타내주셔서 살려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만 결국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가슴 아파하며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고 마지막 그분이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원초적인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 왜 하나님은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시는가?

그러다가 이 세상의 삶만을 생각하며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귀중한 진리를 다시금 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육신을 입고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이 세상 너머 또 다른 영원한 세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세상이 전부이며 이 세상에서 살다가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고 무의미한 것이 인간의 삶이겠습니까?

세계적인 영성가이자 저술가인 헨리 나우웬은 한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쌍둥이 형제가 엄마 뱃속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동생이 말하기를 여기 엄마 뱃속 말고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고. 오빠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면서 여기가 전부라고 말합니다. 탯줄만 잘 붙들면 먹여 주고 살게 해주는 이곳이 전부라고. 동생은 이 캄캄한 곳보다 더 좋은 곳, 마음껏 움직일 수 있고 환한 빛이 비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술 더 떠 이곳을 나가면 이곳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으로 가서 엄마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런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 오빠는 동생의 말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아예 무시해 버립니다.

누구 이야기가 맞는 겁니까?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는 그곳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10달이 지나면 세상으로 나옵니다. 도무지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어머니 자궁에서 있다가 출생해 80년, 90년을 살다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아니면 이 세상의 삶을 넘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성경은 증거가 되기를 우리의 영혼이 머물렀던 육신이 쇠하여 죽게 되면 또 다른 집이 우리를 위하여 하늘에 준비되어 있다고 말씀합니다.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 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사람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압니다.”(고후5:1)

육신의 삶이 끝나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있으며 그곳에 우리의 사랑하는 권사님이 들어가셔서 안식을 누리고 있다는 말씀을 통해 저와 교우들은 슬픔을 이기고 서로 위로하며 소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죽음이란 모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꺼리며 외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이란 하나님의 얼굴을 맞대고 불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고통스럽지만 복 있는 관문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이 땅에서의 삶은 소풍이며, 죽음은 소풍 끝내는 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이요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의 삶을 마치고 떠나는 것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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