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환과 김종성
김능환과 김종성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3.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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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 충북 진천출신의 한 청백리가 국민들의 입에서 아름답게 회자되고 있다.

지난주 ‘편의점 아저씨’가 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화제다. 김 전 위원장은 퇴임 다음날부터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도 부인이 낸 편의점과 야채가게 일을 도우며 돈벌이(?)를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편의점과 채소가게가 먹고 살만큼 잘 돼서 집사람과 함께 잘 지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여러 언론에서 다루는 것을 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이 ‘쇼’로 비쳐질까 두렵다는 얘기도 했다. 점퍼에 편한 바지를 입고 편의점에서 상자를 나르는 등 일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로 보이는 김 전 위원장은 공직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종종 편의점에 나와서 아내의 일을 도와줬다고 한다.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그는 대법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의 고위 공직이 과분한 자리였다며 “앞으로 다른 공직을 하는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당분간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어찌보면 그 부인이 더 돋보인다. 남편이 대법관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까지 지낸 정도라면 마음먹기에 따라 법무법인을 택하거나 기업체 사외이사 직함을 한 두개쯤 갖도록 해 고액연봉을 유인할 수도 있다. ‘베갯밑 송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다면 별로 남는 것도 없고 힘들다는 편의점과 채소가게를 하지 않아도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 그런가 하면 이런 사람도 있다.

구속 수감된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김 교육감은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A씨에게 충남도교육청 교육전문직 선발시험을 앞두고 평소 알고 지내던 교사 4명에게 돈을 받고 문제를 유출해 합격시키는 한편 차기 교육감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 과정에서 ‘대포폰’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A씨 등 관련 장학사들은 응시 교사 19명에게 문제를 사전에 넘기고 그 대가로 모두 2억9000만 원을 받았다. 김 교육감은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음독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표현된 단어들을 모아보면 부정한 돈거래·인사전횡·공무집행방해·대포폰 사용·수사방해·조직적 범행·선거법 위반·자살기도·5명 구속 22명 불구속 입건 등이 떠오른다.

열거된 단어들로만 보면 교육감의 권위 실추는 물론이고 교육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은 당연하지만 교육계의 범죄라기 보다는 무슨 범죄조직의 그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높은 도덕성이 중시되는 교육계에서 부정한 돈거래를 하고 인사 전횡을 휘두르며 심지어 자살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우려된다. 대포폰을 사용하고 경찰의 수사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쯤되면 범죄조직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담한 지경이다.

제대로 된 사회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발생할 수 없는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편의점 아저씨’ 김능환 전 위원장의 모습이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어야 한다. 뉴스거리가 되어서도 안된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친 퇴임 공직자가 부인과 작은 가게 하나를 꾸려나가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제대로 된 사회에서는 결코 대수로운 일이 아님에도 지금 온 나라에 화제가 되고 있다. 전관예우를 받으며 고액의 연봉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는 그가 국민들에게 아주 낯설게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왜 김 전 위원장이 돋보이는가.

김종성 충남도교육감 같은 잘못된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 김능환 전 위원장의 사례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때까지 특히 충남교육계는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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