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를 아시나요?
필경사를 아시나요?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3.0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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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20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열렸다. 지난 해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됨에 따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토요일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심하게 되었다. 특히 저소득 가정이나 휴일에도 학부모들이 일을 해야 하는 가정에서는 그 고민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해부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열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금년부터 충북문화재단이 주관하여 공모를 통해 선정된 14개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지난 3월 2일 도내에서 처음으로 한빛교실작은도서관에서 참여학생과 학부모, 프로그램 운영인력과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3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향을 찾아서” 개강식이 열렸다. 토요휴무를 보람 있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운영방침이 소개되었다. 속칭 ‘수그리족’이라고 표현되는 “휴대전화 게임에 빠져 수업이나 일상 활동에 소홀한 학생들”이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고 문화예술의 향연에 빠질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들도 이를 위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빛교실작은도서관의 “예향을 찾아서”는 봄 문학기행 ‘문향 가는 길’, 여름 동시학교 ‘감자꽃 피는 길’, 가을 소리학교 ‘서편제 가는 길’이 방학을 제외한 매주 토요일 연말까지 열린다. 첫 문학기행지는 심훈 선생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다. 필경사는 서해대교 옆 한진항 근처에 있어 바다가 없는 청주에서 가장 손쉽게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소설 상록수의 활동무대는 한곡리이다. 이 지명은 실재하지 않는 마을이름이지만 실재하기도 한다. 바로 한진항이 있는 한진리와 필경사가 있는 부곡리에서 따온 지명이다. 해설하시는 선생님의 설명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빛난다. 서해대교가 눈앞에 펼쳐진 한진항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굴따는 어촌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여행의 즐거움도 만끽한다.

삼일절을 즈음해서 심훈선생의 ‘그날이 오면’을 낭송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염원하는 선생의 마음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준다. 상록수는 지금의 안양에서 최용신 선생(소설 속의 채영신) 등이 벌이던 농촌계몽 운동을 소설로 쓴 것이다. 심훈 선생은 상록수로 동아일보에서 받은 상금을 최용신 선생이 활동하던 곳에 쾌척하셨다. 선생은 시와 소설에 탁월하셨을 뿐만 아니라 영화도 직접 제작하셨다. 예술활동을 통해 일제에 저항운동을 하셨던 선생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감상나누기, 작품 낭송하기, 그날 배운 내용을 가지고 학부모들이 직접 문제를 내고 학생들이 맞추는 퀴즈대결이 벌어졌다. 심훈선생의 본명은 ‘심대섭’. 심훈선생이 직접 제작한 영화의 제목은? ‘먼동이 틀 때’. 심훈 선생이 행담도에서 만난 아기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지은 시는? ‘7월의 바다’. 학부모들은 가까운 이웃에 ‘필경사’가 있었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며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시범사업 수준이다. 대부분의 토요문화학교는 공고하자마자 신청자가 정원을 넘어선다. 학생들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확대되어 희망하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식대와 강사료 등을 현실화 하고, 다양한 기관들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운영지침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지역의 문화수준을 높이고 활기 넘치는 가정과 학교생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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