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경제민주화 이젠 정책으로 말해야.
오락가락 경제민주화 이젠 정책으로 말해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02.25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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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보은·옥천·영동)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취임사에서 폐기 또는 후퇴시킨 것으로 알려졌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언급했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돼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 어떤 일에 종사하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역설했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걸었던 대표 공약이었다. 진보진영과 야당이 주도했던 경제 민주화 담론을 박 대통령이 선점하면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 공약은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경제민주화는 사실 경영·경제학은 물론 어느 사회과학 서적에도 등장하지 않는 단어라고 한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조문에 처음 들어가며 전세계에 첫선을 보인 셈이다.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시 조문의 내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내용은 이전의 헌법과 대동소이한데, 경제민주화란 단어만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이다.

1948년 제헌헌법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내에서 보장된다’고 적시했다. 63년 개헌에서 이 조항이 다소 보강됐고, 80년 개헌에서 현재의 문맥으로 정비됐다.

경제가 사회 정의와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특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60여년 전 제헌헌법에서 부터 마련돼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 조항에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불쑥 뛰어들면서, 그 해석을 놓고 분분한 주장들이 오갔던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진 데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많이 배운 인수위원들도 개념조차 모르는 경제민주화를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참여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 선거에서도 대선후보 3명의 경제민주화 해석은 제각각이었다.

박 대통령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조화롭게 성장하고 성과를 나누는 정책이라고 설명했고, 문재인 후보는 재벌이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는 정책으로 홍보했다. 안철수 후보는 경제 구성원들이 공평한 기회를 보장받아 사회혁신의 토대가 되는 정책으로 주석을 달았다.

국정과제에서 퇴출됐던 경제민주화가 다시 대통령 취임사에서 부활하며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따라서 이제 용어 해석을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은 중단됐으면 한다.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길 뿐이다.

해법은 헌법에 적시돼 있다. 국민경제의 균형적 성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간 조화 등을 지향하는 정책과 각론의 개발에 주력하면 된다.

재벌의 참여와 동반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국민의 희생과 국가 지원이 많았기 때문에 국민기업 성격도 크다. 경영목표가 이윤 극대화에 머물면 안 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구조조정 자제와 일자리 안정, 골목상권 진입 자제, 재벌 2·3세의 부동산 투기 자제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했다고 한다.

경제민주화 실행을 위해 재계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한 셈이다. 앞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은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을 대기업이 어느 정도 실천했는지, 실천하려고 노력하는지를 감안해 수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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