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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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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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
오희진 회장 환경과 생명 지키는 교사모임

7월과 8월 사이 먼저 장맛비에 엄청나게 불어난 흙탕물이 너른 미호천 양쪽 제방을 타 넘을 듯이 넘실대는 것을 보았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있었지만 다리 교각을 차고 오르는 물높이를 재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튿날 갠 하늘에 두툼한 뭉게구름이 오르고 밤새 물이 빠진 그곳 다리 밑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솥을 걸고 떠들썩하니 더위를 식혔다. 주변에 쓸려간 흔적과 떠내려 온 잡동사니가 교각에 높이 걸려 있음에도 생명은 그만큼 치열함을 보았다. 둑 아래 작게 솟은 나뭇가지를 감고 오랜만에 햇볕에 몸을 말리는 뱀을 가까이 본 것도 또한 그랬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빛과 그늘을 두고 생명의 안간힘을 다하고 있음을 보았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장마가 길어진데다 폭우가 쏟아져 7월은 내내 빗속에서 지나갔다. 하늘은 일주일 동안 해를 가리고 검은 구름은 낮게 드리워 세상을 빗줄기로 단단히 얽어맸다.

이 장마가 휩쓴 탓에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일어 반백이 넘는 사람이 죽고 수천억 재산이 무너졌지만 어느 곳에선가 무지개가 서고 사람들이 거기에 손가락을 걸었을 것이다. 그렇게 7월 장마가 끝이 나고 8월이 되었다.

이제 어둔 비대신 맑고 푸른 하늘에 땡볕이 쏟아내는 한낮의 더위는 밤에도 쉬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껏 오른 더위는 갖은 모습으로 낮밤을 두고 사람살이를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잘 견딘 이들은 어느덧 선선한 아침과 이슬 젖은 저녁을 풀벌레의 잔잔한 음악을 곁들여 누리게 되겠지. 날씨를 두고 말하기로 하면 요즘 환경 위기를 너나없이 입에 올린다.

눈을 넓혀 세계화하면 2006년 여름 유럽과 미국은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달아오른다. 비 없는 맑은 하늘은 가뭄을 일으키고 공기를 달구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는 장마와 태풍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누구라도 몇 년 전보다 날씨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음을 직접 겪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고 이로 인한 재해 발생 빈도와 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7월과 8월의 몇 주 사이로 우리는 실제로 기후의 변동, 그 징후를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 말고도'보이지 않는 세계가 보이는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일이다. 거미가 어느 아침인가 허공에 머문 것을 보았다. 거미는 종일 가만히 기다렸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다시 날이 밝고 거세게 바람이 불었다. 거미는 바람을 피해 몸을 움직이고 그때 거미줄은 반짝이며 부서졌다. 다시 아침이 되고 거미는 크고 정교하게 새 거미줄을 짓고 있다. 아직 새 거미줄에 거미 말고 다른 것은 없다.

어떻게 될까 바로 그렇게 제 생명을 지켜 세상과 나누려는 세계가 있다. 거미처럼 세상을 조화롭게 엮어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 제 작은 영역에 가만히 먹을거리를 동여맬 뿐 한편으로 햇빛 반짝이는 지혜를 내보이는 그런 세계가 있다. 그럼에도 바람은 보란 듯 그 생명을 흔들고 그 평화의 세심한 가벼움까지 무너뜨리고 만다.

거침없는 바람의 세계에 가는 금을 내고 그 위세에 저항하였기에. 7월과 8월 사이 참혹한 노동조건에 항거한 포스코건설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먼저 그렇고,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에 죽고 쫓겨나가는 레바논 남부 주민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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