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48>
궁보무사 <148>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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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벌성주의 멱을 따는 일을 맡겼으면 하네"
35. 소용돌이 속에서

"이봐, 괴정! 그만하게나. 내가 손을 써서 우리 향정이를 개죽음으로 몰고 간 놈들을 자네 휘하로 몽땅 보내게 하였네. 그러니 자네가 알아서 놈들을 잘 처리하게나. 내 생각으로는 그 다섯 놈들이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돌방아에 채이듯 짓이겨질 정도로 아주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가, 한벌성 안으로 몰래 잠입하여 한벌성주의 멱을 따가지고 돌아오는 일을 그들에게 맡겼으면 하네. 물론 이런 정보를 적에게 미리 알려주는 거지."

두릉은 이렇게 말하며 한껏 목놓아 울고 있는 부하 괴정을 달래보았다.

한편, 강치 일행을 직접 심문했던 주성에게 신배미가 찾아가 창리 대신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 주성은 몹시 감격했다.

"놈들을 내 맘껏 처리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시다니,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데가."

주성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가느다란 두 실눈이 아예 푹 감기고 두 귀 바로 아래 부분까지 입이 쭉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러잖아도 요즈음 이렇다 할 건수가 별로 없기에 주성은 가슴이 무척 답답해지고 몸이 몹시 근질거리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이제 자기 맘껏 처리할 수 있는 자를 무려 네 명씩이나 확보하게 되었으니 이상한 변태 기질을 지닌 그로서는 이보다 더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을 수 없었다.

주성은 신배미가 돌아가자마자 부하들에게 강치 일행을 밖으로 당장 끌어내게 하였다.

잠시 후 혹독한 고문으로 축 늘어진 강치 일행이 발가벗긴 채 밧줄로 꽁꽁 묶여 가지고 주성의 부하들에 의해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주먹과 발길질은 물론 몽둥이찜질에다가 불고문 물고문 등등을 심하게 당한 탓에 그들의 몰골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이고, 이제 우리들을 죽이려는가보다.'

'분하다! 억울하다! 우리가 무슨 일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죽도록 고문을 당하다가 결국 이런 개죽음을 당하게 되다니.'

'아, 아니야! 이런 고문을 더 당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더 나아.'

그들에게 반항을 해봤자 헛일임을 잘 알고 있는 강치 일행은 이제 모든 걸 깨끗이 포기해 버린 듯 두 눈을 꼭 감고는 곧이어 다가올 비참한 운명을 조용히 맞이하려고 하였다.

이때, 주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들의 고막을 일시에 찢어내듯 크게 터져 나왔다.

"놈들의 결박을 모두 풀어주고 옷을 다시 입게 해줘라!"

주성의 말에 강치 일행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순간 자기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 그럼. 우리들을 살려서 내보내주겠다는 건가

곧이어 주성의 부하들은 강치 일행을 묶었던 밧줄을 모두 풀어주고 그들이 원래 입고 왔던 옷가지들을 모두 되돌려 주었다. 강치 일행은 후다닥 서둘러 옷부터 입었다.

"어쨌든 너희들이 내 조사에 거짓말을 하거나 얕은꾀를 부리지 않고 충실하게 잘 협조를 해주었기에 이만 돌아가게 해주고자 한다. 아까 본의 아니게 내가 너희들을 고문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어때 나를 용서해 주겠는가"

주성이 강치 일행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예에 아이고! 괜찮습니다요."

"다 지나간 일인데요 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리!"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사옵니다."

강치 일행은 허리를 연신 굽실거리며 주성을 향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주성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들을 향해 미리 보내는 조소(嘲笑)와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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