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숙자기자의 이야기 있는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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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6.08.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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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빙 돌아라, 물레나물

▲ 물레나물꽃 더위 때문인가요, 큼직한 노란 꽃잎 다섯장이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날개로도 보이고 수수대공 끝에서 돌아가던 바람개비처럼 보이는 물레나물 꽃입니다. 바람이 일 것 같아 살짝 얼굴 드밀고 보니 꽃 속에 꽃이라고, 수꽃 사이로 암꽃이 뽈쑥 하늘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섯 갈래 사방으로 퍼져 숨은 듯, 숨은 듯 피어나는 몸짓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담겼습니다. ▲ 풍뎅이가 갉아먹은 꽃
하지만 이 기다림도
때때로 나타나는 훼방꾼들로
꺾이고, 영영 사라지게 됩니다.
물레나물,
꽃잎에 날아든 풍뎅이 한쌍
짝짓기 중임에도
왕성한 식욕을 참지 못하고
암꽃 수꽃 할 것 없이
모두 먹어치워 버립니다.

긴 기다림의 시간도
열매 맺지 못하고 허무하게
사라질 즈음,
물레나물 줄기 옆으로
또 다른 꽃망울
기다림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 암꽃 ▲ 물레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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