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6>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4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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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글·사진 김운기 편집위원

人情 한 움큼 추억이 뻥 뻥~


 

▲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튀밥기계를 돌려 옥수수 튀밥, 쌀튀밥을 튀겨 내면 아이들의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1950~70년대 옥수수와 쌀로 만든 뻥튀기 '인기' 40여년전 신문만화에 가난한 집 봄놀이 풍자가 그려진 것이 생생히 떠오른다. 봄철에 부잣집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봄놀이 가서 펼쳐놓고 먹으며 놀이를 즐기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이 아빠를 졸라 봄놀이를 가게 됐다.가난한 집은 쌀 1되를 튀밥으로 튀겨 산위로 가지고 올라가 먹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 튀밥이 모두 날아갔다. 만화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으로 끝이 났다. 만화의 의미를 새기며 코끝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그 가난한 집 아이들이 봄놀이에 가지고 갔던 튀밥을 만드는 기계를 '뻥튀기'라고 불렸다. 옛날에는 5일장날이면 시장입구에 뻥튀기 장수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지구본같이 생긴 검은 쇠뭉치에 옥수수나 쌀을 넣고 불을 피우며 빙빙 돌리다가 "뻥이요, 뻥이요"하면서 튀밥을 튀겨내던 정겨운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뻥튀기는 밀폐된 용기에 곡식을 넣고 열을 가해 압력이 높아진 상태에서 갑자기 압력을 제거하면 곡식의 부피가 팽창되는 원리를 이용한 곡식 가공기계라고 표현하면 적절한지 모르겠다. 지금은 제과기술의 발달로 고급과자 등 주전부리가 넘쳐나지만 먹는 것이 귀해 마땅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인 50~70년대는 옥수수와 쌀로 만든 뻥튀기가 가장 큰 인기였다. ▲ 뻥튀밥 기계

장터에 가면 뻥튀기 아저씨가 둥근 쇠뭉치를 빙빙 돌리고 쇠뭉치 아래는 장작불이 타오르고 얼마를 지나면 '뻥'하는 큰소리와 함께 하얀김이 솟으면서 튀밥이 철사망 자루안에 가득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사카린의 달콤한 냄새와 옥수수 강냉이의 까칠한 맛에 지칠줄 모르고 먹으며 즐거워 했다.

시골동네에 가끔씩 리어카에 튀밥기계를 싣고 뻥튀기 아저씨가 찾아오면 이집 저집 갱냉이와 쌀을 들고 나와 줄지어 튀밥을 튀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강냉이로 튀기면 옥수수 튀밥, 쌀로 튀기면 쌀튀밥, 가래떡이나 누룽지 말린 것으로 튀기면 떡튀밥 누룽지 튀밥, 때로는 검정콩을 튀겨 먹기도 했다.당시 쌀이 귀해 쌀튀밥은 인기였다.

튀밥을 튀기면 고소한 냄새에 뻥튀기 주변에는 아이들이 몰려들고 흩어진 것을 주어 먹거나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한움큼씩 쥐어주면 맛있게 먹던 추억이 생각난다.

옥수수 1되박을 튀밥 튀기는 기계에 넣고 튀기면 20들이 부대에 한자루가 됐고, 돈이 없는 집은 옥수수나 쌀로 튀겨주는 값을 치르기도 했으며, 뻥튀기 장수는 한ㄴ동네가 끝나면 다른 마을로 옮겨가며 뻥튀기 행상을 벌이기도 했다.

옛날 뻥튀기 기계는 큰 깡통에 장작불을 피워 놓고 그위에 기계를 놓고 빙빙 돌리면 풍구가 달려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화력이 높아지고 돌리는 손잡이 중간에 시계바늘형의 온도계(압력계)가 장착돼 열이 얼마큼 올라가면 돌리기를 중단하고 일시에 순간적으로 뚜껑을 열어 '뻥'소리와 함께 튀밥이 튀겨져 나왔다.

펑하는 소리가 크기 때문에 자칫 사람들이 놀랄까봐 미리 "뻥이요"하고 큰소리를 내고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흰김과 함께 뜨거운 쇠가마 속에 압축됐던 공기에 의해 옥수수와 쌀등이 폭발적으로 튕겨져 나왔다.

쌀로 튀긴 튀밥은 그냥 먹기도 하지만 한과를 만들 때 겉에 붙이는 재료로 쓰이고 강정을 만드는데 고물격으로 사용된다.

먹을 것이 많은 요즘 세상에도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튀밥을 찾고 있어 팔리고는 있지만, 지금의 튀밥은 쌀튀밥이 대부분이고 차를 타고 다니면서 팔거나 튀기는 기계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장작을 잘게 잘라 가열기구로 사용해 왔지만 지금은 석유버너나 가스버너를 사용하고, 돌리는 것도 전기모터나 기름 모터로 돌려 편리해졌고 능률도 빨라졌다.

또한 국수나 쌀을 넣고 튀기면 얇고 둥글고 납짝한 뻥튀기 과자가 생겨 아이들까지도 간식으로 먹기 때문에 종전의 강냉이 튀밥은 점차 판매대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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