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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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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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퀴고 간 뒷자리
김병철 <논설위원>

올 여름 장마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동반하여 전국을 강타함으로써 수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가져왔다. 이러한 우주의 소용돌이는 강원도 일대에 집중적으로 폭우를 퍼부었으며, 다시 중부권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뒷자리는 마치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영화 '우주전쟁'의 한 장면처럼, 전쟁터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부서지고 파괴되고 사라져버렸다.

정부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입각하여 보상기준을 발표하였지만, 이것으로 수해를 당하기전 삶의 양태로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수해복구비용을 보니 농경지 복구는 평당 2000원정도, 농기계는 구입당시 보조금이 지급되었다하여 제외되고 말았다. 주택의 경우 전파는 1400만원, 반파 700만원, 사망 및 실종자 위로비 2000만원이 지급된다고 한다. 그나마 이것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재난피해 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는데 학교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순박한 노인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확정된 수해복구비용으로 살갑게 살아왔던 사라져버린 정든 집을 다시 마련할 수 있기는커녕 그들에게는 또 다른 한숨과 걱정으로 가슴이 메어져 온단다.

온 국민이 수해현장에 구호품을 보내고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온정으로 수해민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허탈하고 하늘만 원망할 뿐이다.

충북 진천의 수해현장에 며칠째 봉사활동을 나온 전라북도 부안에서 온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난해 수해 때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해 수해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욱 감동을 준 일은 수해민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작은 1톤 트럭에 식사도구를 싣고 다니면서 식사를 손수 지어 먹으며 수해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사례들이 수해현장에서 갖가지 양태로 전개되고 있어 시름에 빠진 농투성이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적 재난이 닥쳐오면 해마다 반복되는 언론 방송의 수재민돕기성금 내역을 방송하곤 한다. "대표이사 또는 장 외 몇 명이 얼마라고 말이다." 그러나 해마다 그 방송을 쳐다보는 우리들은 진한 감동보다는 거부감이 앞서는 이유는 무었일까.

진정한 배려의 정신이 보이지를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요한복음 6장 1절에서 15절에 나와 있는 5병 2어의 기적을 소개해본다.

어린아이의 순진하고 티 없이 맑은 배려의 정신으로 우리의 이웃을 돕는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유대인의 명절 유월절이 가까이 왔을 때 예수님 앞에는 5000명의 무리가 몰려왔다. 그곳에는 이들을 먹일 양식이 없었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손에 들여 있는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린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예수님께 내주었고 이것으로 5000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것이 12광주리가 되는 기적을 행하였다는 성서 이야기다.

여기서 어린아이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전부를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내놓았다. 이것이 5000명을 먹이고 남을 정도의 기적이 일어나도록 했던 배려의 정신인 것이다. 수해민을 돕는 모든 손길도 어린아이의 손처럼 깨끗한 배려의 손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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