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146>
궁보무사 <146>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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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맹수를 잡고자 막굴러다닌 여자 외모가 오죽하겠습니까"
33. 소용돌이 속에서

"그 애비가 유명한 사냥꾼이었다는데 화살에 빗맞은 사슴을 뒤쫓아 가다가 그만 실수로 몇 길 이상 되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두 다리를 영영 쓰지 못하는 불구의 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그의 외동딸이 다친 애비를 부양하기 위해 사냥꾼으로 나섰다지요."

"하지만, 사냥을 잘 하는 자가 동물이 아닌 사람과 생사(生死)를 놓고 겨루는 무예 실력까지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원래 그자는 한벌성의 말단 병사였답니다. 젊은 시절 수많은 전쟁터에 나가 작은 공을 세우는 등등 실제 싸움으로 잔뼈가 굵어진 자였다지요. 그런 그가 아내도 일찍 여의고 단 하나 남아있는 혈육인 자기 딸에게 호신용으로 적당한 무예 정도는 가르쳐주지 않았겠습니까 마침 그 애비가 병으로 몇 달 전에 죽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혼자 살고있는 그 처녀를 만나 얘기를 잘 한다면 우리 성 안으로 데려오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옵니다."

"음, 그래, 그런데. 그 처녀의 쪽은 좀 반반한 편인가"

한벌성주는 무심코 이렇게 물어보고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딸의 신변 안전을 위해 고용하려는 호위무사가 얼굴이 잘 생겼든 못 생겼든 그것은 무예 실력과 하등 관계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물이야 우리 부용아씨만 훨씬 못하겠지요. 산속에서 맹수들을 잡고자 이리저리 막 굴러다니는 여자의 외모가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여자들은 자기 용모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니 그만큼 우리 부용아씨의 신변 경호에 이득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놓치기엔 퍽이나 아까운 인재 같으니 자네가 알아서 일을 처리하도록 하게나."

마침내 한벌성주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아무쪼록 성주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보겠사옵니다."

율량은 한벌성주에게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한편, 자기 집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팔결성 장수 두릉에게 그의 또 다른 부하 괴정이 허겁지겁 찾아왔다.

"밤 새 별일이 없으셨으니 아무튼 다행이옵니다."

아직 전후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듯 한 부하 괴정은 두릉에게 첫 인사로 이렇게 말을 건넸다. 아니, 나에게 밤 새 별일이 없었다니.

두릉은 그가 의례적으로 던져주는 인사말 한마디에 너무 기가 막힌 듯 잠시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사실 두릉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바로 어젯밤처럼 뼈를 깎아내는듯한 모진 아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때가 언제 있었던가!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던 어린 첩이 자기 면전에서 볼썽사나운 일을 당하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기까지 하였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그러나 괴정은 두릉의 이런 속사정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주위를 슬쩍 한 번 살피고나더니 재빨리 낮은 목소리를 내어 두릉에게 다시 말하였다.

"백곡이 어젯밤 팔결성을 빠져나가서 만뢰산 출신들이 주축이 된 부하들을 몽땅 다 이끌고서 이곳을 치러온다고 합니다. 물론 위험에 처한 두릉님을 구한다는 명분에서지요."

"뭐, 뭐라고 어서 빨리 그를 말려야하네. 내가 지금 이렇게 말짱하게 살아있는데 어찌 감히 그따위 짓을 하려는 건가."

두릉은 그런 사실을 이미 창리에게 들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짐짓 놀라는 체하며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내심 싫어하는 눈치가 결코 아니었다. 허기야 위험에 빠져있는 자기를 구하기 위해 부하가 목숨을 걸고 찾아온다는데 이를 나쁘게 생각할 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쉬잇! 조용히 하십시오. 지금 외북 장수와 오동동님께서는 백곡의 군사를 원위치로 모두 돌린 후 백곡 혼자만 성 안으로 들어오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답니다. 그러나 두릉님께서는 백곡이 절대로 그 명령에 따르지 않도록 하셔야 됩니다."

"아니,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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