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편지와 털- 탈- 틀
쓰레기 편지와 털- 탈- 틀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3.01.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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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쓰레기 편지와 털- 탈- 틀

인터넷은 처음 군사적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1969년 미국 국방부는 소련의 핵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군사용 통신장치로 사용될 컴퓨터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연구소 아르파넷(ARPA Net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을 만들었다. 공격에 취약한 중앙통제 방식이 아니라 망(網Web)을 이용해 여러 곳에 동시다발로 정보를 주고받는 분산형 시스템이다.

개발된 네트워크에 연결된 망은 스탠퍼드 연구소와 LA 및 샌타바버라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 그리고 유타대학교 등의 대형 컴퓨터. 그러나 실제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연구자들은 네트워크를 주로 e-메일을 주고받는데 사용했다.

쓰레기 편지(스팸 메일.spam mail)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불과 13년 전이다. 1993년 3월 31일 유즈넷 (USENET)이란 네트워크 관리자가 실수로 같은 내용의 메일을 토론그룹 멤버들에게 2백번이나 쏘았다. 멤버들은 무차별로 반복돼 쏟아지는 메일에 ‘쓰레기(Junk)’보다도 강한 ‘스팸’이란 이름을 붙였다.

쓰레기 편지 탄생 13주기를 맞아 여러가지 분석과 대책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효율적인 개선책은 안보인다. 자유로운 정보 공유라는 인터넷의 속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쓰레기(스팸)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과 쓰레기(스팸) 편지들이 히피들의 고향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영어 끝발음에 ‘tal’ 이 있는데 ‘털, 탈, 틀’ 등으로 혼용 사용하고 있다. 이때 ‘크리스털’을 ‘털’ 로 끝내야 하는지? ‘탈’ 이 맞는지 ‘틀’ 이 맞는지? 혼동이 생긴다. 영어에서 ‘-tal’로 끝나는 낱말은 대부분 ‘-틀’로 소리나므로 ‘크리스틀’이 원음에 가깝지만 ‘a’의 소리글자는 그렇게 발음하지는 않는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관행이란 오래 해온 말을 굳어진 상태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래 사용한 ‘털’ 이 맞을까? ‘탈’ 이 맞을까?

인터넷 웹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크리스탈’로 기록한 문자는 3만개 가량 되었다. 반면 ‘크리스털’로 기록한 문자는 2천 5백개 정도 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실용생활에서는 ‘크리스탈’이 맞는 것일까?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관용도 존중하지만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고 했다. 이때의 크리스탈이 아니고 ‘크리스털’이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이다.

그러나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tal’로 끝나는 영어 가운데 ‘-탈’로 적는 것은 ‘오리엔탈, 메탈, 오비탈’,헤비메탈 등이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디지털, 캐피털, 렌털, 토털, 포털, 센티멘털, 펀더멘털, 콘티넨털, 바이털, 프랙털’ 이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보이 스카웃(Boy Scout)의 고유명사는 외국어표기법에 상관없이 ‘스카웃’ 이 아니라 ‘스카우트’ 로타리(Rotary)의 한글표기도 ‘로터리’가 맞지만, 로타리 클럽에서 ‘로타리’로 사용하므로 이를 따라 주는 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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