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이 온통 월드컵으로 뒤덮여
천지간이 온통 월드컵으로 뒤덮여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3.01.0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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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월드컵 경기가 열리면 전 세계는 천지(天地)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특히 우리의 붉은 악마 응원단 덕분에 이제 ‘대~한민국’은 널리 알려졌다.

어디 세계 뿐이랴? 서울 시청앞과 광화문, 전국의 각 시도 주요 도시에서도 천지간에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하고 떠들썩한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매김되어 간다.

여기서 말하는 천지(하늘과 땅)는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겨울에 하얀눈이 내리면 천지 사방이 눈으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또 봄날 산야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와 영산홍을 보고 천지간에 꽃천지라고 하며, 밤에 어둠이 밀려오면 천지간 새까만 어둠이 내려 지척을 알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옛날 서당에서 맨 먼저 책을 잡고 배우는 걸음마가 천자문(千字文)이다.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루황 . . . 하며 입소리를 낸다. 여기서 하늘은 읽은 소리이고 천(天)은 한문의 뜻 글자이며, 땅(地)을 따지로 읽는 것은 읽은 소리를 부드럽게 나타내기 위함이다. 땅은 토(土)와 야(也)의 합성어이다. 흙과 들녘의 합친 곳이다.

본디 하늘은 우주를 창조하고 주재한다고 믿어지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인 하느님의 거소이다.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서 불가사의한 능력으로써 선악을 판단하고 길흉화복을 인간에게 내리는 상제(上帝) 상천(上天) 천공(天公) 천제(天帝) 현제(玄帝) 황천(皇天)으로 불린다.

작은 공 하나로 65억 인구의 시선을 모으는 「축구」에 대하여 알아보자.

한문에 보면 가축 축(畜)자와 개구(狗)란 뜻이 있다. 따라서 ‘축구’는 가축과 개? 온갖 가축과 짐승이란 뜻인가?

사람들은 이른바 이렇게 말한다.

“저 축구만도 못한 놈, 축생이나 다를 바 없는 놈”

즉 바보스러운 사람이나 바르지 못한 사람을 낮추어 표현할 때 ‘축구, 축생’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칫 소리로만 들으면 우리가 말하는 축구와 같은 뜻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여기에서 말하는 뜻인 축구(蹴球)와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다.

서양에는 축구라는 운동이 일찍이 알려져 경기를 가졌지만 동양에는 「축국」이란 게 있었다. 중국 고대 당나라 때 황제(皇帝)가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축국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 축국은 고구려, 백제, 신라를 거쳐 섬나라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축국은 가죽 주머니에 동물의 털을 넣어 둥글게 만들거나 소나 돼지의 오줌보를 바람 넣어 발로 차는 경기였다. 우리 전통의 제기차기도 축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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