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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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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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농장
시골 사는 아우네 한우 농장
축사 으슥한 공구상자 위에
박새 부부가 아담한 집을 짓고
꼬물거리는 새끼를 쳤는데요.
사람이 사람을 겁내는 세상에
사람 무서워하지 않고 찾아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농장에 새 식구 늘어 경사라며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좋아했는데요
이것들 다 자라서 떠날 때까지
시시 때때 소용되는 공구들을
이웃에서 빌려다 쓰면서도
흐뭇해하는 아우의 천진한 모습이
진짜로 박새 주인 같았습니다.

'기러기 부리에 묻어온 겨울'(푸른나라) 중에서

<감상노트>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농가에 박새 부부가 집을 짓고 산다. 금슬도 좋아 입이 노란 어린놈을 낳고 기른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꼬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농부의 선한 눈빛이 보인다. 하필 공구함일까 하고 화도 낼만 한데, 고마운 일이라고 기쁜 일이라고 한다. 하기야 시골 마을에 울음이 터지는 한 가족의 경사는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그래서 박새네 가족들 훨훨 날아 집을 나설 때까지 바쁜 농가에서 소용되는 공구를 이웃에게 빌려 쓰는 정성이 퍽이나 아름답다. 가끔은 내 주위를 들여다 볼 일이다. 내 안에 집을 짓고 사는 생명들에게 절을 하는 고운 마음을 펼쳐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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