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그리고 송년 모임
파티, 그리고 송년 모임
  •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 승인 2012.12.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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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달포 전에 파티를 주관한 일이 있었습니다. 초대한 손님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분들로서 좁은 지역사회에 권위와 자존감 때문에 체면을 거스릴 일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냥 ‘만남’이나 ‘모임’ 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파티’라고 하면 하면 분위기가 머쓱할까 싶어서, 오픈 맨트로 ‘힐링토크’를 강조했습니다. 그저 잠시 쉬었다 편안히 가시길 바란다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위주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치유의 시간쯤으로 생각하셨으면 한다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음식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빙 둘러 앉았는데 처음 시작하신 모 지회장님이 뻥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넌센스 퀴즈를 내어서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주셨습니다.

또 여교사 협의회 회장님이 웃음치료를 시작해서 5분 정도 배꼽을 잡고 웃으며 건강박수를 쳤습니다. 이어서 곱게 시낭송을 해주신 분. 성악으로 좌중을 압도한 신부님. 잔잔한 말씀으로 감동을 선사하신 분. 기타와 노래로 흥겨움을 더 해주신 분. 보람 있는 자신만의 생활을 살짝 보여주신 분. 그리고 기꺼이 함께한 노래와 율동. 케익 커팅과 와인. 모두를 위하여 건배! 25명의 초대 손님이 만들어낸 따스하고 생경스런 분위기가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생각했던 그 어떤 파티보다도 훌륭한 시간이었습니다.

파티(party)란 말을 생각 할 때, 그 우아한 말이 주는 뉘앙스가 좋고, 영화에서 본 유럽 중세시대 궁전에서 귀족들이 왈츠에 맞추어 춤추는 장면이나,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허리가 꽉 조여진 관능적인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연상된다면 중년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파티는 사교나 친목을 위한 모임이고.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자체라고 보면 원시시대부터 사냥한 것을 다 함께 모여 나누고 즐긴 것도 파티라서 인류문명시작 이후 먹는 문화의 생활상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겠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관혼상제의 의식을 마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도 파티이니 그 중 잔칫날은 지인들이 한자리에 다 불러 모으는 커다란 파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사교를 목적으로 한 파티의 기원은 16세기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의 왕비 카트리 메다치의 행적에서 출발했으니. 카트린은 그 때까지 공개 석상에서 음식을 먹지 않던 귀부인들을 불러 모아 즐겁게 식사함으로써 서양식파티의 출발을 알렸습니다, 카트린이 파티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그녀가 이국의 왕비로서 겪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풀기 순수한 베풀음의 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파티문화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전역에 퍼졌으며, 모임 자체가 먹고 살기 힘든 서민의 일상과는 달리, 쾌락과 특권의식을 바탕으로 했기에 파티는 갈수록 성대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 시대 파티문화를 생각 할 때, 와인파티(hun). 파자마파티. 총각파티(stag). 메이크업 파티. 생일파티. 미팅파티. 등을 생각하면 젊은 세대일 겁니다. 그러나 이런 파티문화는 문명의 방탕함으로 젊음을 병들게 하는 퇴폐적인 불안요소도 함께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연말입니다. 술집마다 노래방마다 송년이란 이름으로 흔들리는 마음들이 넘쳐나겠지요. ‘귀국해서 한 달 간 남편 얼굴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밤 문화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화가 난다’며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한 뉴질랜드 친구 말이 생각납니다. 파티를 벌이는 이유가 ‘힐링’이라면 진정한 치유와 회복이 되어 일상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내일을 향한 ‘힐링파티’는 연말이 아니고 일 년 내내 잔잔하게 이러져도 좋겠단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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