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길사진집 '모정의 세월'
이수길사진집 '모정의 세월'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12.11.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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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인영 <사진가>

“우리 사회에서 잊혀져가는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터를 찾아 4년간 필름에 담아온 것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사진가 이수길은 장터로, 오전장터, 점심장터, 오후장터, 귀로 등 5가지 장르로 나눠 우리네 장터의 하루를 진솔하게 증언했다.

‘모정의 세월’에 담긴 사진들은 거짓과 꾸밈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들을 진실된 삶의 기록으로 역사의 현장을 말해준 장터다큐멘터리즘이다. 이 시대의 한국 장날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그는 동이 트기 전인 새벽에 보따리를 이고, 지고, 끌고, 매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장터로’편에 풀어놓았다. 똬리를 머리에 얹어 보따리를 이고 이동하던 옛 장터와는 달리, 경운기와 자동차를 이용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장터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러는 아들 자식들이 짐을 자동차로 운반해주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오전장터’편에서는 장터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자판대를 설치한 후 물건들을 펼쳐 장사준비를 마치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장터 국박집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장터구경나온 사람,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이 국밥집에서 그리고 장터 곳곳에서 북새통을 이룬다. 그런가하면 컵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사람, 도시락과 식당에서 배달해온 국수와 밥을 먹는 장면들을 보며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말처럼 삶의 현장을 ‘점심장터’편에서 볼 수 있다. 장터의 오후는 장사꾼들도 지쳐가는 때이다. ‘오후 장터’편에는 장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오수를 즐기는가 하면, 덜렁 누운 채로 잠이 든 장사꾼을 손님이 깨워 물건을 사가는 장면은 따뜻한 장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장터는 오전만 장이 서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가 해가 지는 오후 늦게까지 물건을 판다.

장터에서 장사를 마치고 마무리한다는 ‘파장’편에선 남은 물건을 팔기 위해 손님을 기다리거나, 다음날의 장터를 기약하며 짐을 싸는 모습을 담았다. 장터의 하루 일과가 저물어가는 시간안에 녹아든다. 하루종일 장사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법하지만 보따리에 싸들고 나온 물건을 모두 팔아 발그레한 얼굴로 귀가하는 ‘귀로’편에는 소박한 부자들이 마음까지 담겨있다.

사진가 이수길은 현대사회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우리의 맛과 멋을 장터에서 느끼게 해준다. 전국의 5일장을 돌며 장터에서 삶의 진면목을 재발견해 낸 사진가의 작업이야말로 역사 다큐멘터리로 손색이 없다.

60여년을 ‘인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가 최민식씨는 “사람의 숨결과 체취가 잔뜩 배어있고 삶이 묻어나는 장터는 만남의 광장이다”고 말하고 “이 시대의 진실과 허상을 영혼으로 표현하여 후세에 기록으로 남긴 이수길의 ‘모정의 세월’은 일관된 철학으로 작업한 결과”라고 칭찬했다.

이수길은 1961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다이토분카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했다. 1998년 일본 유학생으로 1년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포함한 20권을 저술출간했다. 그는 지난 5년간 장터사진 작업여행을 들려주며 사계절 장터를 장돌뱅이로 살아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장터에서 장사로 자식들을 가르치고 살림을 꾸려온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현장이 눈물겹고 감동적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장터사진 촬영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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