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세운 삼성, 현대판 '프리메이슨'
돈 앞세운 삼성, 현대판 '프리메이슨'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6.08.0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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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로 본 삼성과 언론' 토론회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달 31일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시사저널 기사 삭제 사태를 계기로 본 삼성과 언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단국대 김평호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안철흥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이 사건의 개요와 쟁점, 본질에 대해 발표한데 이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 '한국판 프리메이슨 삼성, 국가권력까지 장악하나'를 주제로 사태를 진단했다. 이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신학림 언론노조위원장, 손석춘 한겨레 기획위원,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원용진 서강대 교수, 이상호 MBC기자가 토론에 나섰다.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회에서 이상호 MBC기자가 공개한 삼성의 로비 실태를 요약한다.

안철흥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시사저널 기자들은 이번 사건이 삼성의 로비에 경영진이 굴복한 편집권 유린사태로 판단하고 있다. 자사에 불편한 기사를 막기 위한 삼성그룹의 집요한 로비로 인해 시사주간지 편집국장이 언론계를 떠난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편집국장도 모르게 기사가 삭제된 것은 시사저널 17년만에 처음이다.

금창태 사장은 기사를 삭제한 후 편집국장에 알리지 않고, 시사저널 기자협회장에게 먼저 알리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를 취했다. 기자들은 부당한 사태에 항의했다가 펜을 잃게된 이윤삼 편집국장을 복귀시키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금창태 사장은 비판적으로 보도한 기자협회와 민언련, 시사주간지 한겨레 21 편집장을 상대로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각각 1억5000만원씩 총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2004년 자료를 바탕으로 시사저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14개 주요 방송사·신문사 광고매출액 가운데 삼성그룹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에 달한다. 삼성이 광고를 끊으면 언론시장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 경영진과 삼성그룹 사이에는 '특종은 막을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쓰려 하지 말라'는 묵계가 만들어진 형편이다. 그 결과 일상적인 비판 여론이 주요 언론 지면에서 사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기사를 빼지 못해도, 삼성은 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이런 상황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자산이 7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 일상적인 경고음이 차단된 상태에서 운항하는 것이 과연 사회와 해당 기업에 유익할 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이제 삼성을 '프리메이슨'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시대로 접어 들었다. 정치권력, 검찰권력, 언론권력 심지어 관료집단과 시민사회단체까지 삼성이 손을 뻗히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치권력은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존재'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2005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료로 배포한 내용을 보면 참여정부는 삼성에게 돈 뿐 아니라 '머리'를 빌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넉달 만인 2003년 6월 30일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비전 국제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했으나 삼성은 2003년 6월 5일 제2기 신경영 선포를 통해 '2만 달러론'을 화두로 꺼냈다는 점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또 참여정부 관료들이 삼성에서 재교육을 받는가 하면 삼성신화의 주역 진대제씨를 정통부 장관에 임명한 사례 등을 제시했다.

양 처장은 이어 삼성이 구조조정본부 조직을 올초 축소했으나 홍보팀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구룹의 대외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홍보팀의 역할과 기능, 인원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 기아 등 수출주력 기업들이 홍보비를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삭감했으나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홍보비에 손을 대지않았다는 점도 제시했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총 광고비는 7조500억 규모로 지상파 방송이 2조4000억원, 신문과 잡지를 합해 2조 1000억원으로 소위 4대 매체의 광고비 총액이 4조 5000억원 정도이다. 이중 삼성은 2004년 한해 동안 4개 지상파 방송사에 1664억원, 중앙·지방지 등 신문에 148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단일 규모로는 최대 광고주라는 점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매체별로는 MBC 593억원, SBS 550억원, KBS 511억원, EBS 10억원 순이었다. 신문은 중앙일보 125억원, 조선일보 119억원, 동아일보 118억원, 한국일보 95억원 순이 었다.

양 처장은 삼성이 결국 광고비로 언론을 소유하지 않고도 기사와 언론사를 매수할 수도 협박할 수도 있는 '전화기'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처장은 "삼성을 향한 집요하고, 지속적인 비판과 국가권력마저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하려는 삼성과 삼성의 권력에 빌붙어 삼성이 되고자하는 자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렇지 않으면 온갖 불법으로 이룩한 '자본의 성'을 견제 감시하려는 모든 양심들을 일방적으로 뭉개려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언론과 언론인들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메이슨 이란=원래 자유석공 조합이란 말로 중세시대 유럽 석조건물을 짓는 건축 설게사 조직이었는데 나중에 사회 엘리트들을 흡수해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한 음모집단을 상징하는 용어이다. 영화 엑스 파일과 컨스피러시에 나오는 미국 정부를 뒤에서 조정하는 ‘검은 집단’이 바로 ‘프리메이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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