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열린채용
삼성그룹의 열린채용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1.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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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 오랜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 동생도 책임져야 했다. 그래서 빈 병 수거부터 목욕탕 청소와 정육점 아르바이트까지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아버지 병간호는 물론 생활비까지 마련하면서 학업을 마쳤다.

◇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몇 년간 병원신세를 지면서 생활고를 벗어날 수 없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보다 낮은 대학을 택했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었을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문화가정 교육봉사활동도 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간호하며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학생, 가정폭력 속에 할머니의 병원비로 빚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학생 등. 이 같은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당당히 삼성그룹에 합격한 신입사원들이다. ‘가난했지만 결코 꿈을 잃지 않았던’ 이들에게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올해 처음 실시된 저소득층 특별전형을 통해서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4500명 중 5%에 해당하는 220명을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선발했다. 또 전체 합격자의 36%에 해당하는 1600명을 지방대 출신으로 채용했다.

여성 합격자도 1400여명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 600명도 추가로 채용했다. 삼성그룹이 도입한‘함께 가는 열린 채용’에 따른 것이다. 사회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별도의 취업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삼성그룹 열린채용의 취지란다.

저소득층의 경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남들이 다 쌓는다는 ‘스펙’을 쌓지 못한 불리함으로 대기업을 지원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해외유학이나 연수 등을 다녀온 스펙 좋은 학생들이나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기업들이 ‘스펙’을 채용기준으로 삼게 되면 저소득층 졸업생들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직장을 택함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삼성그룹의‘함께 가는 열린 채용’제도는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소하는데 큰 몫을 하리라는 생각이다. 나아가 이 채용제도가 다른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 확산된다면 사회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0대 그룹의 총 채용 규모는 13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고졸 신입사원 채용 4만1000명을 제외한 9만4000명이 대졸신입 사원채용 규모다. 30대 그룹에서 삼성그룹처럼 저소득층 채용을 5%씩만 해 준다면 약 4700명을 채용할 수 있으며, 공기업까지 동참한다면 5000명을 넘게 된다.

이렇게되면 저소득층 대학 졸업자 상당수를 수용할 수 있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저소득층의 비율을 낮추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사회가 저소득층 비율이 낮고 학벌보다는 능력이 우선하는 매우 바람직한 구조로 변화할 수도 있다. 물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정부지원금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그만큼 세금을 절약하면서 중산층의 폭을 넓히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사실 저소득층 졸업생을 채용할 경우 기업에게도 강한 의지와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해낸 이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어 회사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으로 보면 단순한 배려나 사회공헌이 아닌 윈-윈의 시너지효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과 공기업 등이 사회적 갈등과 차별 해소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삼성의 열린 채용이 단초가 돼 모든 기업이 참여함으로써 결국은 이 사회의 양극화를 통쾌하게 날려버리는 희망채용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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