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지반침하 책임공방
정신나간 지반침하 책임공방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2.10.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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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군 문의면 구룡리의 갑작스런 지반침하를 놓고 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이 서로 “네 책임이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폐광으로 인한 지반침하가 확실한데도 사업주는 이미 손을 뗀지 오래이고 청원군과 한국광해관리공단이 복구문제로 핑퐁공방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주민들은 언제 또 땅이 지하로 꺼질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이곳의 지반침하 현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잊을만 하면 터졌고 그때마다 당국은 그저 단일 사안으로 치부하며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초엔 인근 마을 축사가 밤 사이 통째로 지하 10여m 땅속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연히 바로 옆 방에서 잠을 자던 주인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역시 지질이 문제니, 광역상수도가 문제니 하며 공방만 벌이다가 흐지부지됐다.

현재 연이어 확인되는 청원군 문의면 지역의 지반침하 현상은 더이상 안이하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

최근 들어 횟수가 많아지는 것도 영 불안하기만 하다. 마치 대형 지진을 앞두고 작은 예진(豫震)이 출몰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지역의 지반침하는 이렇게 해석하면 그 위험도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야 농경지 혹은 임야, 저수지 등에서만 나타나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90년대 초 사고처럼 마을이나 특정 주택에서 일어난다면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닌가. 몇 년 전에는 영남의 모 산 정상 부근 전체가 역시 땅속으로 사라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 전국 뉴스를 탔다. 이때도 무원칙한 폐광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만약 그 시간대에 등산객이라도 있었다면 대형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문의면 지역의 지반침하 문제는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차원을 벗어났다. 더 본질적으로 말한다면 사고 지역에 대한 복구가 급한 게 아니라 이 일대에 대한 총체적인 정밀조사가 더 화급한 것이다. 지금처럼 적당히 무슨 조사용역이나 시행하며 예산만을 낭비했다간 언젠간 큰 코 다치게 된다.

현재 청원군과 광해관리공단이 벌이는 복구책임 공방은 그야말로 정신나간 짓이나 다름없다.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만지작거리다가 어느날 곤히 잠자던 주민이 땅 속으로 사라진다면 그땐 어떻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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