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인 도립대를 흔들지 말라
전문대인 도립대를 흔들지 말라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10.29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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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청년실업이 여전히 심각하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높은 대학 진학률에 따른 고학력자의 과잉생산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진학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다 학령기 학생 부족으로 대학입학 정원보다 고졸자원이 달리는 상황이다보니 원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대학에 갈 수 있는 진학환경이 됐고 당연히 사회가 필요한 이상의 고학력자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고학력자들은 대부분 공무원, 대기업 등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염두에 둔다.

하지만 고학력자들이 생각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해마다 그해 졸업하는 상위 10% 정도만이 차지할 수 있다. 나머지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겨우 일자리를 얻어 불만스럽게 직장생활을 하거나 실업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학력 과잉이 구직 눈높이를 높이고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며 입직연령이 높아질수록 많은 임금을 기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청년실업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학력이라는 과잉교육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력보다 능력이 우대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대한 획기적인 정부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과부의 대학 구조조정 현실을 보면 그렇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를 타개하려는 고학력자들의 개별적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학으로 유턴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청년실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4년제 대학 졸업생이 매년 늘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 10월 현재 4년제 대학 졸업 후 전문대로 재입학 한 학생은 모두 5474명이다. 김 의원은 “대졸자들의 전문대행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최근 고학력자들의 청년실업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고학력자의 유턴이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전문대에 입학하는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다. 석사는 물론 박사 학위를 가진 지원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학위를 숨기고 고등학교 성적만으로 입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고학력자들의 전문대 진학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의 인식과 정부의 지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를 4년제 대학의 하위 단계쯤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전문대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재정 지원 역시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정부가 여전히 전문대의 현장학습 강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대의 특장점은 현장을 겨냥한 맞춤교육이며, 이것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4년제 졸업생의 유턴을 이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같은 사례로 보면 ‘전문대 다운 전문대’라는 단서를 전제로 전문대의 미래는 밝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담보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 같은 시대상황에서 전문대의 4년제 승격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스럽다는 생각이다. 전문대인 충북도립대학교의 ‘4년제 승격추진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권에서의 얘기다. 하여튼 산통을 깨는 것은 늘 정치권이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학교측과 이시종 도지사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다행스럽지만 도립대는 도내 기업체가 원하는 전문인력을 양성, 공급하는 전문대로의 존립이 바람직하다. 산업계에 맞춤형 인력을 육성, 공급함으로써 관련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청년실업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전문대 다운 전문대’를 육성하고 지켜내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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