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과 남한말
북한말과 남한말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2.10.1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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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남북한이 사용하는 말이 각기 다르다. 비교하여 검토해보자.

북한에서는 여성, 노동을 '녀성, 로동으로 기록한다. 또 냇가, 빗발을 내가, 비발로 적고 있다.

북한에서는 구경꾼, 일꾼을 구경군, 일군으로 기록하고, 빛깔, 맛깔을 빛갈, 덧니, 톱니'를 덧이, 톱이로 기록한다.

또 발음은 같은 일부 이음말끝으로 이어진다. -어를 -여로 하는가 하면 비어, 내어, 베어여, 되어, 쉬어를 '비여와 내여, 베여, 되여, 쉬여로 각 각 기록한다.

맺음말 끝 -ㄹ까, -ㄹ쏘냐를 -ㄹ가, -ㄹ소냐로 기록한다. 또 폐허, 화폐는 페허, 화페로 적는다. 이런 맞춤법에 딸린 것 말고, 개별낱말에 달리 적는 것들이 있다.

달리적는 토박이 낱말부터 알아보자. 남/북을 좌우로 비교해보자. 날짜/날자, 나부끼다/나붓기다, 넋두리/넉두리, 눈썹/눈섭, 물꼬/물고, 섣불리/서뿔리, 손뼉/손벽, 아리땁다/아릿답다, 안간힘/안깐힘, 치다꺼리/치닥거리, 올-바르다/옳-바르다 …. 북의 바르다는 올이 곧바르다를 이르고, 마음씨가 바르고 곱다를 이르는 올곧다'는 남북이 일치한다. 잠깐을 북에서는 한자말 '잠간'(暫間)으로 다룬다.

따로 기록하는 한자말에 이런 것들이 있다. 남/북을 좌우로 비교해보자. 개전(改悛)/개준. 개전, 객혈. 각혈(血)/각혈, 갹출(醵出)/거출, 만끽(滿喫)/만긱, 발체(拔萃)/발취발췌, 사주(使嗾)/사촉, 알력(軋轢)/알륵, 오류(誤謬)/표식, 휴게소(休憩所)/휴계소이다.

북한에서는 '늘이다, 늘구다'를 문화어로 쓰고, '늘리다'는 안 쓰는 것 같다.(사전에 올림말이 없다) 그 쓰임새도 다르다.

※ 상품의 가지수를 늘이다.(북)/ 가짓수를 늘리다.(남) ※ 유치원 탁아소를 늘이다.(북/ 늘리다?남). 남녘에서 '늘구다'는 '늘이다'와 '늘리다'의 사투리로 다룬다. 문화어에서는 '수효를 늘구고, 생산을 늘군다' 따위로 쓴다. '늘이다, 늘구다'를 각각 남녘의 '늘이다, 늘리다' 뜻으로 아울러 쓰는 셈이다. 중국 등지에서도 그렇다.

※ 편제 인원을 늘이다.(조선말사전, 중국) ※식량을 … 열흘을 더 늘구어 먹었으나 그것마저 이젠 몽땅 떨어졌다.(여영준 '준엄한 시련 속에서', 중국)

※ 천 짜는 공장도 / 넉넉히 늘구리라. (김광현 '평화의 노래', 옛 소련) '늘구다'를 '늑장, 늦장(북) 부리다' 뜻으로도 쓴다.

※ 면허증을 안 보이려고 지들지들 늘구던 운전사는 …. (로정법 '고향의 모습', 북) '늘구다'의 맞선말 '줄구다'는 문화어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북에서는 '-구-' 파생어를 문화어에 많이 포함시켰다. 걸구다(=걸우다), 낚구다, 딸구다, 떨구다, 말구다(=마르다. ※재목을 ~), 불구다(=불리다. ※콩을 ~), 시달구다, 아물구다. 얼구다, 여물구다, 절구다….

우리는 길이는 늘이고, 분량 따위는 늘린다고 사용한다. 엿가락처럼 늘이듯 말을 길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머리를 땋아 '늘이다'는 아래로 길게 처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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